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43: 빗물, 사라지는 (2020년 7월 29일)

divicom 2020. 7. 29. 19:54

 

새벽 두 시

거울과 욕조가 있는 방에서

누군가 부릅니다

 

낡은 잠옷을 입은 여자가

거울 속에서 빠안히

이편을 바라봅니다

여자는 잠옷보다 낡았습니다

 

누구신데 이 시각에 잠도 안 자고

어두운 거울 속에서 부르시나요?

 

내가 웃으니 낡은 입이 웃습니다

우린 전생 어느 구비쯤

친구였는지도 모릅니다

 

이부자리는 그이의

미소처럼 낯익은데

누운 나를 내려다보는 그이의

눈엔 왜 빗물이 고였을까요?

 

눈을 감으니 그이도 나도

빗물도...   모두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