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44: 겉으로 보면 (2020년 8월 2일)

divicom 2020. 8. 2. 08:23

젖은 여름은 쨍쨍 마른 여름보다 덜 덥지만

수많은 걱정을 자아냅니다.

 

가장 괴로운 건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일 겁니다.

눅눅한 방에서 외로이 고통과 싸우고 있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울해진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어두워지는 것도

걱정이고, 지각 출현한 매미들이 폭우로 인해

편히 울 곳을 찾지 못할 테니 마음이 아픕니다.

 

물난리는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재앙입니다. 저만치서 바라보는 사람들에겐 그저

생활을 마비시키고 가재도구를 쓸어가 버리는 재난으로

보이겠지만, 물난리는 훨씬 중요한 삶의 기록들을 지웁니다.

 

삶에 깃든 불행 중엔 물난리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불행이 있는가 하면, 남의 눈엔 보이지 않지만

거의 평생 계속되는 불행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누구나 벽장에 해골을 가지고 있다

(Everyone has a skeleton in the closet.)”는 말이 있을까요.

 

겉으로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 겉으로 보면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속내가

젖은 여름처럼 눈물바다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동료 인간들, 동료 생물들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을 겁니다. 그들의 삶도 우리의 삶만큼이나

녹녹치 않을 거고 그들도 우리처럼 죽어라 살고 있을 테니

미운 짓을 하는 사람조차 미워할 수 없는 것이지요.

 

빗속에 시작된 8월...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보송하게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