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들리는 사람에게 세상은 소리의 세계입니다.
빗소리와 새 소리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있는가 하면
거칠고 큰 사람의 목소리와 같은 소음도 있습니다.
대개 도시에는 아름다운 소리가 적고 그 소리마저
소음이 삼켜 버리는 일이 흔합니다.
얼마 전부터 귀가 자꾸 아프더니 마침내 며칠 전
소음에 지친 두 귀가 속삭였습니다.
‘제발 우리 몸의 더께를 씻어내 주오.’
귀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귀가 듣기를 포기할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오페라 아리아들을
들었습니다.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
‘Una Furtiva Lagrima(남 몰래 흐르는 눈물)’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
귀가 행복해 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은 소프라노 송광선 씨의 ‘그네’로 시작해
조수미 씨의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고 김소희 선생님의
‘진도아리랑’ ‘쑥대머리’ ‘구음(口音: 입소리)’을 들으니
귀 씻은 물이 눈으로 흘렀습니다.
본래 소리는 하나의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희로애락을 담아 건네고 화답하는 말이지만,
언제부턴가 이 세상의 소리는 각자의 독백이나
비명이 되어 버린 듯합니다.
소위 소통을 기치로 하나 진정한 소통은 줄어든
이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은 나이 들수록 작아지고
줄어들지만, 귀만은 성장을 거듭해 나이 들수록
커진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예전엔 그랬지만 이젠 날로 심해지는 소음을
견디지 못해 오히려 작아지는 것 아닐까요?
가끔 새벽 시냇물 같은 고전음악으로 귀를 씻어
주어야겠습니다. 그래야 귀가 자꾸 커져서
허기진 숨소리와 눈물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될 테니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RIjk3A_rnKQ
https://www.youtube.com/watch?v=Aaf-rWCG2Q8
https://www.youtube.com/watch?v=kRL7pFHdldI
https://www.youtube.com/watch?v=TU5roitYI1s
https://www.youtube.com/watch?v=2J7JM0tGg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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