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 일기 22: 스마트폰, 2G폰(2019년 12월 21일)

divicom 2019. 12. 21. 10:38

강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하러 갑니다.

새해에도 두어 군데 강의를 하러 가야 하는데 휴대전화 문자를 받고

그 시간표와 관련해 큰 착오가 생긴 걸 알았습니다.

그동안 관련 사항을 문자로 주고받았는데 오해가 생긴 것이지요.


문자를 보낸 분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 얘기를 나눴습니다.

제가 '고집이 세서'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카톡을 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질타(?)를 받고 미안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문자를 주고받는 대신 통화를 한 번만 했으면 피할 수 있는 착오였지만.


오늘 아침엔 SK텔레콤으로부터 '2G 서비스 종료 추진에 따른 서비스 전환 프로그램 안내'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거기에는 '2G 장비 및 부품 부족 등 2G망 운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또한 더 나은 LTE, 5G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G 서비스 종료를 추진하고' 있다며,

2G 서비스 전환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니 서비스가 종료되기 전에 신청하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서비스 전환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을 겁니다.

2G 서비스가 종료되어도 스마트폰을 사지는 않을 겁니다.


이유는 '고집'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첫째, 비싼 전화기를 살 돈이 없고 전화요금을 지불할 돈이 없습니다. 

지금 제 전화요금은 2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인데 저는 그 이상을 낼 능력이 없습니다.


둘째, 전화기가 크고 무겁습니다. 저는 늘 어깨 통증을 달고 살아서 가죽 핸드백을 쓰지 않은 지

한참입니다. 스마트폰은 2G폰보다 크고 무거워 부담이 됩니다.


셋째, 사교를 좋아하지 않으니 카톡 등으로 여러 사람과 연락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과 같은 착오가 생긴 게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피할 수 있는 착오였습니다.

'네가 카톡을 하지 않아서 연락하는 내가 힘들다'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저 그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것을 제 약점으로 생각하고 이해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대개의 오래 가는 관계는 서로의 약점을 이해하려 하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가능하니까요.


넷째, 스마트폰은 '빠르고 편리'하다고 하지만 저는 '빠르고 편리'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비행기보다 기차를 좋아하고 차 타는 것보다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오늘날의 젊은이거나 젊은이들처럼 바쁘게 생활해야 한다면 스마트폰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바쁘게 살던 젊은 시절을 지나온 사람입니다.


다섯째, 저는 게임도 사진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임은 본래 좋아하지 않고 사진도 찍는 것, 찍히는 것 모두 좋아하지 않고 사진작품만 봅니다.

요즘은 일상을 사진에 담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진엔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다 다릅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다르고 삶의 속도도 다릅니다.

저는 스마트폰이 없지만 생활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저처럼 2G폰을 쓰는 대개의 노인들도 그럴 겁니다.

2G폰 서비스를 유지하는 건 그렇게 다른 삶의 속도를 존중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SKT는 '어려움'이 있어 2G 서비스를 종료하려 한다고 합니다.

그 '어려움'은 결국 5G의 시대에 2G 기기에 대해 신경쓰기 싫다는 것이 아닐까요?


모든 전화는 '생명의 전화'입니다.  

처음 휴대전화를 갖게 되었던 1999년 혹은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저는 011로 시작하는 같은 번호를 쓰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저를 알았던 누군가가 그 번호로 어떤 도움을 청할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 SKT에겐 이익이 적은 사업 하나를 없애는 것이지만

누군가에겐 '생명의 전화선'을 끊는 것일 수도 있고

저 같은 사람에겐 밖으로 열린 창 하나를 없애는 것입니다. 


SK그룹이 좀 더 큰 차원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최태원 회장님, '사회적 약자'를 위해 큰돈을 기부하지 말고

2G폰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주세요. 2G폰 사용자들은 대개 '사회적 약자'들이니까요.  

부디 '사회적 약자'가 '사회적 소외자' 혹은 '낙오자'가 되지 않게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