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 일기 21: 행운을 노래함(2019년 12월 16일)

divicom 2019. 12. 16. 12:01

오늘 아침엔 자꾸 흥얼거리게 됩니다.

행복한 어제 덕이겠지요. 


어젠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친구가 된 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대학생 시절 그의 모습, 성인으로서 바쁘게 활동하는 지금의 모습.

깊이는 여전하지만 겉모습은 지금이 더 밝습니다.


그를 만나는 것만 해도 기쁜데

그는 늘 뭔가 선물을 들고 옵니다.

그리고 그 선물 속엔 언제나 선물보다 반가운 편지가 있습니다.


어제 그가 들고온 선물 중엔 그의 언니가 보낸 선물과 편지도 있었습니다.

만나본 적도 없는 그의 언니가, 그로부터 제 얘기를 듣고 보내준 겁니다.

단정한 글씨로 또박또박 쓴 편지에는 자신이 유학생활을 하느라 

동생 곁에 있어줄 수 없었을 때 제가 곁에 있어주어 고맙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편지를 읽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글에서 배어나오는 진심과 예의바른 감사가 고맙고, 

동생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제 마음 같았습니다. 

저도 그와 같은 맏딸이고 동생 셋을 둔 언니이고 누나이니

공감이 쉬웠을 겁니다. 


부유한 부모 덕에 떠난 유학도 아니고

자신도 홀로 외국에 나가 스스로 길을 개척했으니 그 외로움과 힘겨움이

동생 못지 않았을 텐데, 동생이 외롭고 힘들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음을 미안해하는 언니...


저는 어쩌다 이런 행운을 누리게 된 걸까요?

제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고 무엇 대단한 일을 했다고

이런 선물 같은 관계 속에 놓인 것인지, 감사가 솟구쳤습니다.


언제라도 좋으니 그들 자매와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밥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그 언니가 저를 보고 '직접 만나보니 별로인데 

내 착한 동생이 칭찬을 했구나' 하지 않도록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습니다.

혜은씨, 혜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