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 일기 23: 해가 바뀌듯 관계도 바뀌네(2019년 12월 31일)

divicom 2019. 12. 31. 18:00

2019년의 마지막 날, 이 해의 달력과 함께 사라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새해맞이 대청소는 집 안팎은 물론 마음 안팎에도 이어지니 

집안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사라지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마음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사라지는 관계도 있습니다.


물건은 효용을 따라 머물거나 떠나고 관계는 예의에 기대어 이어지거나 끊어집니다.

어느 한편이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관계에 흠이 가게 마련이지요. 


지난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는 중에 일본 관리가 큰소리로 

취재진의 퇴장을 요구하는 결례를 범했습니다.

그 관리가 제정신이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아베 총리를 비롯한 고위관리들이 

무례를 밥 먹듯 하더니 이제 실무자들까지 이 모양이 되었구나, 

일본을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해도 되는건가, 일본은 한국의 우방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에 있어서나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있어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예의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지 않을 때 

관계가 이루어지긴 어렵습니다. 이권이 개입됐을 때 그 이권을 유지하기 위한 

한시적 관계나 위선적 관계는 가능하겠지요.


오래 만난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지 않을 때 관계는 약화되거나 끊어집니다.

그 경우에도 관계를 유지해서 얻는 이득이 있는 경우에는 

위선적 관계 같은 게 유지되겠지만, 저처럼 너그럽지 못하고 실리에 밝지 못한 사람은 

이득 유무에 상관없이 무례한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가능한 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습니다.


'말해서 알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모를 사람은 말해도 모른다'

'사람은 남에 의해 바뀌지 않고 자신만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는 대신 만나지 않는 것이지요.


물론 자연스럽게 멀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상대방이 제 노력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개 칭찬과 인정을 받는 데 익숙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그 사람들이 끝내 제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해도 결국 그들과 저의 관계는

흐릿해지기 마련입니다.


벽에서 떼어내지는 달력, 마음에서 멀어지는 사람들, 모두

익숙한 삶의 풍경입니다. 새로 걸리는 달력, 우연처럼 다가오는 새 얼굴들처럼. 

새해와 함께 나이도 한 살 많아지니 더 예의바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지혜와 용기여,

부디 저와 함께 하소서!


https://www.youtube.com/watch?list=UU5L2PpYT3mKAEQEn7Gu9cPw&time_continue=2&v=A5KkrmqJ8Qc&feature=emb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