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한국의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 되었습니다.
여섯 살 유튜브 스타 중엔 한달에 수십억 원을 버는 아이가 있고 거창한 건물을 산 아이도 있습니다.
동영상 '구독자'의 수를 늘리기 위해 어떤 아이들은 별의별 행동을 하고 별의별 것을 먹기도 합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나이 든 사람은 많지만 '어른'은 드문 사회, 어른이 없는 사회에 어린이가 없는 건 당연하겠지요.
태어나는 아기도 적지만 그 아기들이 어린 시절을 저당잡힌 채 조로하는 사회,
이 나라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아래는 서울경제신문에 실린 관련 기사입니다.
아동학대 논란에도 열풍 부는 유튜브 키즈 크리에이터 사교육 시장
요즘 초등학생에게 가장 인기 있는 희망 직업 중 하나는 바로 유튜브 크리에이터입니다. ‘서은이야기’, 쌍둥이 ‘뚜아뚜지’, 숫자·알파벳을 배우는 ‘라임 튜브’, 댄스신동 ‘어썸(Awesome) 하은’ 등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돼 활약하는 키즈 유튜브 채널이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리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죠.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하는 아이들의 수도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스타가 될 수는 없죠. 이런 이들을 위해 ‘키즈 크리에이터 육성’이란 간판을 내건 사교육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쑥쑥 몸집을 키워가는 ‘유튜버’ 사교육 시장, 그 현장을 지금부터 추적합니다.
▲영상 제작법은 기본, 화법부터 창의력까지 모두 알려드립니다
기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크리에이터 양성 학원은 기존 컴퓨터 학원이 해당 과정을 신설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상 편집 기술이나 촬영 기법 등을 위주로 교육과정을 운영했죠.
하지만 국내 어린이 대상 1인 방송 시장이 커지면서 학원계에도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성인들에게 영상 촬영·제작 기술을 가르쳐 주던 성인 컴퓨터 학원이 어린이 강좌로까지 확장했죠. 아이들 영상 제작을 부모가 해주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울 수 있는 교육 과정도 대거 신설됐습니다.
‘크리에이터 배출 교육’은 영상 편집·제작을 넘어 전방위에서 이뤄집니다. 아이들에게 웅변·말하기 등을 가르치던 일부 스피치 학원이 크리에이터 강좌를 신설하는가 하면 ‘유튜버’와 상관없어 보이는 창의력 학원과 코딩 전문 학원들도 비슷한 과정을 신설해 수강생을 모집 중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기존 연기학원이나 댄스 학원들까지 크리에이터 양성이라는 대세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문적으로 유튜브 관련 교육만 진행하거나 매니지먼트까지 총괄하는 기업형 학원도 출현했습니다. MCN(Multi Channel Network·개인 방송 제작자와 계약을 맺어 콘텐츠 기획·홍보 등을 지원하는 회사)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들 학원은 흡사 아이돌을 육성하는 연예 기획사와 비슷하게 운영됩니다.
▲월 150만원 수강료에도 매진 줄잇는 ‘키즈 유튜버 양성 학원’
키즈 유튜버를 양성하는 기업형 학원은 교육기간부터 커리큘럼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합니다. 우선 레벨테스트를 통해 반을 나누는데 기본 교육만 받을 경우 4주로 진행되고 심화과정이 추가될 경우 기간은 8주로 늘어납니다. 심화과정 안에는 영상 제작 등 기술 교육 외에 △개인브랜드 컨설팅 △자기관리 방법 △자기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분야 분석 등의 강좌도 운영됩니다. 아이들에게 크리에이터로서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서죠.
또 채널을 개설한 후 피드백도 주는 등 크리에이터로서 안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도 철저합니다. 현직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수강생을 관리하는 경우도 많죠. 부산의 한 크리에이터 양성 학원은 “저희는 연기, 화술, 콘텐츠 제작 실습 등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아이가 성공적인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교육이 끝나더라도 크루 활동을 하며 체계적인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런 토대 없이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강료도 상당합니다. 최소 20만 원대에서 많게는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데, 서울의 한 학원의 경우 주 1회 교육 기준 기본반은 월 20만원, 심화반은 월 150만원에 이르죠.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인기는 대단합니다. 매번 강좌가 개설될 때마다 조기에 마감이 돼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한 기업형 학원의 관계자는 “저희는 한 반에 8명씩 수업을 하는데, 지금 다른 반은 다 찼고 목요일 오후 4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반만 남아 있네요”라고 말했습니다.
▲깊어지는 부모 고민… 학원은 돈값 할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아이의 학부모들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7살 남자아이를 둔 직장인 이용훈(38)씨는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데 부모가 된 입장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한 번에 30~40만원씩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이지만 정말 아이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어 망설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 강의를 듣는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하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유튜브를 연구하는 채널 ‘유튜브랩’ 운영자 박현우 PD는 “크리에이터로 성공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아이디어와 꾸준한 소통”이라며 “획일적인 사교육으로 1인 방송을 할 경우 새롭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기 힘들어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채널을 운영하는 키즈 크리에이터의 경우 영상 제작이나 연출력, 아이의 말솜씨 등 기술을 기르기보다 부모·자식 간의 유대 관계 형성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주윤주 유튜브 키즈연구소 ‘키윰’ 대표는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부모들의 선택”이라며 “아이들과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우선해야 할 것은 단순히 구독자나 팬층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접 아이들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부모들을 상대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주 대표는 “아이와 영상을 찍고 얘기하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며 “부모들이 아이들의 모습을 담는 유튜브 채널 운영 목적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해야만 좋은 콘텐츠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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