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레이와 신센구미'와 '야마모토 다로'(2019년 7월 26일)

divicom 2019. 7. 26. 16:09

일본의 권력층은 한국의 권력층보다 더욱 견고한 세습체제 위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들도 매우 심하게 남의 눈을 의식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느낌'은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것이고, 이런 식의 일반화를 뒷받침할 만한 

연구를 한 적은 없습니다. 어쨌든 두 나라의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두 나라 모두 

'남과 다른 사람'이 살아가기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아주 가끔 '남과 다른 사람'들이 두 사회에 파문을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지난 21일 일본에서 치러진 참의원선거에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배우 출신 정치인 

야마모토 다로(山本 太郎)가 바로 그런 사람이겠지요. 


그가 만든 정치단체 '레이와 신센구미 (令和 新選組)'가 철옹성 같은 일본 정계에 

큰 균열을 일으켰으면 좋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레이와'는 올해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일본의 연호입니다.

아래는 야마모토 다로에 관한 칼럼입니다.

 


[여적]야마모토 다로의 정치실험

서의동 논설위원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은 아베 신조 총리가 아니라 배우 출신 정치인 야마모토 다로(45)일 것이다. 그가 결성한 정치단체 ‘레이와 신센구미’는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2석을 획득했고, 득표율 2%를 넘기면서 정당요건을 충족했다. 비례 1번에 루게릭병 환자인 후나고 야스히코, 비례대표 2번으로 중증장애인 기무라 에이코를 당선시켰다. 비례 3번으로 입후보한 야마모토는 무려 99만표의 전국 최다 득표를 하고도 낙선했지만 ‘레이와 신센구미’가 정식 정당이 된 만큼 당대표 자격으로 정치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선거기간 중 ‘레이와’는 태풍의 눈이었다. 편의점 점주, 싱글맘, 도쿄대 교수 등 다양한 인물들이 비례대표로 나서 빈곤·차별·탈원전·안보·경제 등 분야에서 아베 정권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자민당 독주와 야당의 지리멸렬이 계속되는 기성정치, 대기업만 득을 보는 아베노믹스에 염증난 유권자들은 야마모토의 도전에 열렬히 호응했다. 유세장에 매번 수천명이 몰렸고, 인터넷을 통한 모금이 며칠 만에 4억엔(43억원)을 넘어섰다.

16세에 연예계에 입문한 야마모토는 영화 <배틀로얄>과 NHK 대하드라마 <신센구미>에서 비중 있는 조역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가 궤도 이탈하게 된 계기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였다. 사고 이후 트위터에 “테러국가를 거드는 일은 그만두겠다”는 글을 올린 게 화근이 돼 TV 드라마 출연이 취소됐고, 연예기획사도 그만둬야 했다. 방송·연예계의 주요 스폰서인 전력회사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이다. 이후 그는 탈원전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그 실현을 위해 정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2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2013년 참의원 선거에서 도쿄 선거구에서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다.

야마모토는 선거기간 중 장래가 촉망되는 타당 후보들의 지원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다음 선거에 대비한 야권연대의 정지작업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는 “어느 시대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주변 눈치 안 보는(空氣を讀まない)’ 바보들”이라고 했다. 일본 정치에 모처럼 등장한 ‘바보’의 실험에 일본 시민들이 거는 기대감이 멀리서도 느껴진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242038005&code=990201#csidx8567ca2ebc354f0997c98f52e749d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