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예수님은 교회에 다니실까?(2019년 8월 4일)

divicom 2019. 8. 4. 17:38

일요일은 어머니를 만나는 날입니다.

1930년생이니 어머니는 우리 나이로 아흔이십니다.

오늘은 어머니댁에서 멀지 않은 콩나물국밥집에서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버스 안은 냉방이 심해 찬바람 나오는 구멍을 조금 닫아야 할 정도였는데

버스에서 내리니 난방한 방에 들어서는 것 같았습니다.

해는 쨍쨍하고 매미 소리도 제법 기운찼습니다. 

따뜻한 물 속에서 노는 아이처럼 희희낙락 콩나물국밥집으로 갔습니다.

이열치열하러 온 사람들이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황태콩나물국밥을 먹은 후엔 어머니가 새로 발견하신 카페로 갔습니다.

중앙정부와 구청이 협력하여 세운 대학생 기숙사 1층에 있는 카페였습니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재단에서 보조를 하는지 커피 맛은 좋은데 커피 값은

일반 카페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옥의 티'는 있게 마련일까요?

카페의 한가운데를 차지한 손님들이 얼마나 큰소리로 떠드는지

귀가 왕왕거렸습니다.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리는 내용에 따르면

그들은 근처 교회에 다니는 남자 신도들이었습니다.

카페 주인에게 들으니 그들은 일요일에만 온다고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모여 스트레스를 푸나보다 하고 참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결국은 동생이 "조금만 목소리를 줄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들은 미안하다며 잠시 목소리를 줄이는 듯하더니 오래지 않아 다시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조금 앞서 카페를 떠났는데 그들이

떠나고 나니 제 입에선 '내게 강 같은 평화'가 저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일요일 카페에서 어머니와 커피를 마시다 보면 예배에 참석한 후 점심 먹고 온 신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들의 소음 때문에 대화를 잇기 힘든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어머니는 한때 자신의 타계 후 자녀들의 황망함을 덜어주기 위해 '신도'가 되려 했으나 결국

되지 않았는데, 어쩜 그건 그런 신도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들은 주로 '목사님'이나 신도 아무개들 혹은 그들의 관계에 대해 큰소리로 얘기하는데

가끔 그들이 예수님이 지금 이 세상에 오면 어떻게 사실까, 교회엔 다니실까 하는

질문을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진지한 얘기라면 목소리가 좀 커도

크게 거슬리지 않을 테니까요. 아니 어쩜 그들 덕에 다른 사람들도 한번씩

자신을, 자신이 믿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