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듣는 것이지만 음악회에서는 들으며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1월 30일 밤, 아름다운서당의 방무창 교수님 덕택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소음에 지친 귀와 먼지로 탁해진 눈을 음악으로 씻었습니다.
리스트의 교향시 '전주곡',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Op. 64',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했고,
칼만 베르케스(Kálmán Berkes)가 지휘를 맡았습니다.
이 연주회는 한국과 헝가리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지휘자 베르케스와 바이올린 협연자 크리스토프 바라티(Kristóf Baráti) 모두 헝가리 사람입니다.
그날의 연주는 한마디로 매우 젊고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드라마틱하고 훌륭했고
바라티는 세계적 명성에 걸맞은 연주를 선사했습니다.
시카고 스트라디바리우스협회가 대여해주었다는
170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Lady Harmsworth"와
1979년생 바이올리니스트 바라티는 한몸 같았습니다.
맨 앞 줄에 앉은 덕에 바라티의 표정과 지휘자는 물론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몸짓과 발짓까지 볼 수 있으니
음악을 듣고 볼 수 있었습니다.
수준 높지만 욕심 많은 관객들 때문에
연거푸 앙코르 곡을 선사해야 했던 오케스트라와 협연자,
정열적 지휘로 관객을 사로잡은 지휘자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베르케스 지휘자님, 당신 말씀대로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자랑스럽습니다!"
한국과 헝가리의 수교 30주년을 축하하는 이 음악회는
앞으로 두 나라가 키워나갈 품격 있는 우정을 미리
맛보게 해주었습니다. 두 나라의 우정에 감사하며,
오랜만에 귀를 씻게 해주신 방무창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콘서트에 다녀온 지 하루 이상 지났지만 아직 헝가리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날 마지막 앙코르로 들었던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들으며 이 글을 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Ue-clNbnBE&t=196s
사족: 1. 예술의전당의 '공연상세정보'에는 바라티가 사용하는
바이올린의 영어 철자가 잘못 되어 있습니다.
2.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훌륭한데 단원 중에 반짝이가 붙은
구두를 신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연주회는 음악을 '보는' 곳이니
관객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반짝이는 옷이나 구두, 장신구 등은
착용하지 않는 게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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