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코리아넷 김흥숙 인터뷰(2019년 2월 9일)

divicom 2019. 2. 9. 12:50

제가 우리말과 영어로 쓴 짧은 시들을 모은 시집 <숲(Forest)>을 발간한 지 몇 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해 말 프랑스 '코리아넷(KOREA.net)'의 명예기자인 Laura Manseau(로라 망소)씨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었습니다. <숲>의 독자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코리아넷은 한국 정부가 해외에 한국을 알리기 위해 여러 언어로 운영하는 웹사이트입니다.


그가 보낸 질문들에 답하면서, 다시 한 번 시가 무엇인가, 제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가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망소씨가 자신의 질문과 제 답변을 정리해 쓴 기사가 프랑스어판 코리아넷에 게재되었습니다.

망소씨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8월쯤 한국에 온다니 그때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맨 아래에 인터뷰의 질문과 답변을 요약해 옮겨둡니다.


망소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이 기사를 올리며 아래와 같이 썼습니다.

저에 대해 좋게 말해주어 부끄럽지만, 프랑스어로 쓴 것을 구글번역기의 도움으로 

영어로 읽은 후 우리말로 대충 번역해둡니다.

망소씨는 맨 마지막 두 문장은 영어로 썼습니다.


C'est avec une émotion certaine que je vous partage cette interview ! Cet échange fut d'une richesse 

incommensurable, je remercie de tout cœur Kim Heung-sook d'avoir accepté de répondre à mes questions. Elle nous offre, au travers de ses mots, sa vision de l'écriture poétique, la perception de la poésie en 

Corée, et plus largement encore, elle nous éveille !

Thank you Kim Heung Sook for your answers, your time and your beautiful insight of the world ! 

You are such an inspiration !


이 인터뷰 기사를 나누게 되어 기쁩니다. 김흥숙 씨와 매우 풍부한 대화를 했고, 그가 제 질문에 응답해주어 

감사합니다. 그는 자신의 언어로, 시 작업에 대한 생각과 한국의 시에 대한 생각을 얘기할 뿐만 아니라, 

더 넒은 의미에서 우리를 깨어나게 합니다!

김흥숙씨, 시간을 내어 답변해주시고 세상에 대한 아름다운 통찰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은 참으로 영감을 주는 사람입니다! 



당신에게 ?

시는 내가 홀로 있거나 홀로 있고 싶을 때 필요한 친구. 나의 내면과 외면을 비추는 거울. 다른 곳, 다른 시대에 사는 사람들과 닮은 생각을 나누는 편지. 나만큼 외로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숨쉬기 힘들 때 나를 도와주는 산소마스크.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시를 쓰게 되었는지?

십대 때부터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종이에 옮겨 적었고 그 글들이 때로는 시의 형태를 띠었지만 시를 쓴다는 자각은 없었음. 시를 본격적으로 쓴 것은 1980년대 기자로서 정신없이 살던 때.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고 단 몇 분이라도 홀로 있을 때면 늘 몇 줄씩 썼는데, 그 글들이 내 첫 번째 책이 되었음.

 

당신의 시, 혹은 당신의 시집 에 대해 얘기한다면?

내 시를 장식 없는시라고 평한 것을 보았는데, 거기에 동의함. 다른 사람들의 시에 나오는 은유 같은 것은 좋아하지만, 나는 형용사나 부사보다 명사와 동사를 좋아하고 기교적 표현을 별로 쓰지 않음. 내 성격과 오랜 기자생활 때문인 듯. “은 한국어와 영어로 쓴 짧은 시의 모음인데, 나는 몇 마디 말로 영혼을 깨우는 짧은 시를 좋아함. 그렇다고 긴 시를 쓰지 않는 것은 아님. “의 짧은 시들이 독자에게 숲에서 누리는 짧은 휴식 같기를.

 

좋아하는 시를 한 편 고른다면? 왜 하필 그 시인가?

좋아하는 시가 너무 많아 한 편만 고르긴 어려움. 어떤 시는 담긴 생각 때문에, 어떤 시는 분위기 때문에, 어떤 시는 표현 때문에, 어떤 시는 그 모든 점 때문에 좋아함.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나의 어머니를 좋아하는데, 이 짧은 시에는 어머니, , 죽음, 모든 것이 담겨 있음. 그의 다른 시들도 좋아하는데, 그의 시들은 한국이 독재에 시달리던 1980년대 숨 쉬기를 도와주었음.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시인이나 작가는? 왜 그 사람인지?

시와 마찬가지로 내게 영감을 주는 시인과 작가들은 많음. 셰익스피어, 괴테, 브레히트부터 찰스 부코우스키와 수많은 동시대 시인들까지. 나는 대개 자신이 쓴 시와 비슷한 삶을 산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음. 소설가들은 자신의 작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지만 시는 그렇지 않을 듯. 소설은 지어내는 것이지만 시는 내면에서 용출돼 나오는 것이니까

 

한국의 시에 대해 말한다면?

오늘날 한국의 시는 미아와 같음. 한때는 크게 사랑받았으나 한국사회의 변화와 함께 실종되었고 찾으려는 사람이 드물어짐. “의 서문에도 썼지만 는 한자로 ’, 언어의 절간. 그 절간엔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이곤 했는데, 정보화시대, 스마트폰의 시대가 되며 사람들은 너무 바빠 생각할 시간이 없고 절간엔 관광객만이 드나들고 있음. 매체의 발달로 작품을 발표하긴 쉬워졌지만 영감과 통찰을 주는 시는 갈수록 찾기 어려움.

 

언어와 시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면?

언어와 시는 불가분의 관계임. 내 경우 시적인 문장이 찾아올 때는 이미 언어가 정해져 있음. 첫 문장이 한국어이면 그 시는 한국어로 쓰이고 첫 문장이 영어면 그 시는 영어로 쓰임. 때로는 영어가 더욱 명료한 표현을 요구하고 때로는 한국어가 그것을 요구함. 그로 인해 이미 쓴 시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바꿀 때가 있음.

 

시인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홀로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화기 없이 산책하라고. 시는 책상에서 태어나지 않음. 어디를 가든 사람과 사물을 관찰할 것. 시는 떠돌다가 우리가 준비되었을 때 우리를 찾아옴.

 

덧붙일 말?

안락, 칭찬, 편리를 구하지 말자고. 안락은 우리를 게으르게 하고, 칭찬은 우리를 허영에 들뜨게 하고, 편리는 우리를 인공지능의 노예로 만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