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리어왕, 그리고 듣기 좋은 말(2018년 1월 30일)

divicom 2018. 1. 30. 10:28

사람들 중엔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듣기 좋은 말 중에서도 으뜸은 '사랑한다'는 말일 겁니다.

저도 가끔 힘들 땐 옆에 있는 사람에게 '듣기 좋은 말'을 주문합니다.


그러나 '듣기 좋은 말'이 다 진심을 담지는 않습니다.

그 말이 참말인지 아닌지는 듣는 사람이 판단해야 합니다.

거짓을 참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 어리석음의 값을 치르게 됩니다.


책 읽기 좋은 계절 겨울, 오랜만에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King Lear)>을 펼칩니다.

이 작품은 '듣기 좋은 말'에 속은 한 노인의 말로를 보여주며 여러 가지 인생의 진리를 얘기합니다.


자신의 왕국을 삼등분해놓고 세 딸들에게 누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느냐고 묻는 리어왕.

맏딸 고네릴(Goneril)이 말합니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버님을 사랑합니다. 

만물을 볼 수 있는 시력보다도, 무한한 공간보다도, 자유보다도 더 사랑합니다.

아무리 값지고 희귀한 것보다 가치 있으신 분,

우아하고 건강하고 아름답고 명예로운 생명만큼 소중하신 분,

아이가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사랑, 아버지가 찾아낼 수 있는 최고의 사랑,

숨결을 초라하게 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

이 모든 것 이상으로 아버님을 사랑합니다."


"Sir, I love you more than words can wield the matter;
Dearer than eye-sight, space, and liberty;
Beyond what can be valued, rich or rare;
No less than life, with grace, health, beauty, honour;
As much as child e'er loved, or father found;
A love that makes breath poor, and speech unable;
Beyond all manner of so much I love you."


둘째딸 리건(Regan)도 말합니다.


"언니와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저의 효성은

언니와 같습니다. 언니가 말한 것이야말로

제 흉중에 담겨 있는 바로 그 사랑입니다.

그러나 언니의 말이 너무 짧아 덧붙여 천명하오니

저는 감각할 수 있는 모든 지순한 희열조차 적으로 삼고, 

아버님의 지고한 사랑에서만 행복을 느낍니다."



"Sir, I am made
Of the self-same metal that my sister is,
And prize me at her worth. In my true heart
I find she names my very deed of love;
Only she comes too short: that I profess
Myself an enemy to all other joys,
Which the most precious square of sense possesses;
And find I am alone felicitate
In your dear highness' love."


두 언니에 이어 막내딸 코델리아(Cordelia)도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의 표현은 간단합니다.


"불행히도 저는 진심을 

입 밖에 낼 줄 모릅니다.

부녀의 인연만큼 아버님을 사랑합니다."


"Unhappy that I am, I cannot heave
My heart into my mouth: I love your majesty
According to my bond; nor more nor less."


아버지가 좀 더 얘기하라고 채근하자 코델리아는 말합니다.


"아버님, 

아버님은 저를 낳으시고 기르시고 사랑해주셨습니다.

제게 해주신 대로 돌려드리는 게 당연합니다.

아버님께 복종하고 사랑하고 지극히 존경합니다.

언니들이 아버님만을 사랑한다면 왜 

남편들을 얻었을까요? 제가 결혼한다면

제 주인은 혼인서약으로 제 사랑과 관심과 의무의

절반을 빼앗아갈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언니들처럼 결혼하지 않고

아버님만을 사랑하겠습니다."


"Good my lord,

You have begot me, bred me, loved me: I
Return those duties back as are right fit,
Obey you, love you, and most honour you.
Why have my sisters husbands, if they say
They love you all? Haply, when I shall wed,
That lord whose hand must take my plight shall carry
Half my love with him, half my care and duty:
Sure, I shall never marry like my sisters,
To love my father all."


리어왕은 코델리아의 사랑 표현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코델리아가 '자만심(pride)'을 '솔직함(plainness)'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면서 코델리아에게 주려 했던 몫까지 두 딸에게 준다고 발표합니다.

그후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