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예이츠의 시: 그대 늙거든(2018년 1월 20일)

divicom 2018. 1. 20. 10:30

오랜만에 시집을 선물 받았습니다.

시집을 펼치니 전생의 어느 황혼녘 절집 뒤안을 걷던 느낌이 듭니다.


해 지는 시간 인생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시처럼 좋은 친구는 없을 겁니다.

오늘 읽은 시는 아일랜드가 낳은 뛰어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의 '그대 늙거든(When You are Old)'입니다.


왜 '늙음'이라는 단어에는 '슬픔'이라는 그림자가 따라오는 걸까요?

늙어가며 오히려 슬픔을 잊어가는 사람은 이상한 걸까요? 


이 귀한 시집을 사준 친구에게 감사하며, 

짦은 시 대충 번역해서 옮겨둡니다.


When You are Old                                          


When you are old and grey and full of sleep,            

And nodding by the fire, take down this book,          

And slowly read,and dream of the soft look              

Your eyes had once, and of their shadows deep;        


How many loved your moments of glad grace,                                                      

And loved your beauty with love false or true,

But one man loved the pilgrim soul in you,

And loved the sorrows of your changing face;


And bending down beside the glowing bars, 

Murmur, a little sadly, how Love fled

And paced upon the mountains overhead

And hid his face amid the crowd of stars.



그대 늙거든


그대 늙어 머리 세고 졸음에 겨워

벽난로 가에서 고개 주억일 때면 이 책을 꺼내시게,

천천히 읽으며 한때 당신의 눈에 담겼던 아련함과 

깊고 깊었던 두 눈의 그림자를 생각해보시게;


얼마나 많은 이가 기쁨과 우아함 가득하던 그 시절 그대를

사랑했던가, 그대의 아름다움을 거짓으로 참으로 사랑했던가,

오직 한 사람만이 그대 속 순례자의 영혼을 사랑했네

그리고 그대 변해가는 얼굴의 비애마저 사랑했네; 


발갛게 빛나는 쇠살대 옆에 몸을 굽히고 

중얼거리시게, 조금 슬프게, 어떻게 사랑이 

저 하늘 높이 솟은 산들 위로 달아나

무수한 별들 사이로 숨어 버렸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