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을 걷다 보니 장미꽃도 개망초꽃도 모두 목마른 얼굴입니다. 봄가뭄이 심하다고 하지만 봄마다 가뭄이니 이제 기후 자체가 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봄가뭄이 놀라운 것이 아니고 당연하다는 것이지요. 꽃과 나무들은 소리 없이 달라진 기후에 적응하지만 사람들은 자꾸 소리를 냅니다. 소리를 조금 줄이고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면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변한다는 사실, 지구의 환경도 변하고 우리의 환경도 변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을까요? 변하는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삶을 통해 구현해내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나마 살 만하겠지요.
오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 FM95.1MHz)'에서는 매실이 영그는 절기 '망종'과 보리에 대해 생각해보고, 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내일이 '망종,' 농촌에서는 이제 보리를 수확하고 모내기를 하는 계절입니다. 긴 가뭄으로 인해 쩍쩍 갈라진 논바닥이 뉴스에 오르내립니다. 그래도 무안의 최 선생님 댁은 영산강 물 덕에 모내기를 끝내셨다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영화 읽기'는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맥스무비의 차지수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신인 감독 조현훈 씨의 첫
장편으로 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남녀배우상'을 수상하고, 42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영화 '꿈의 제인'에 관심이 가고,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정통 사극 '대립군'도 보고 싶습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뉴욕대학교 환경연구학 교수 제니커 자케가 쓴 <수치심의 힘>과, 김민섭 씨의 <대리사회>를 읽었습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의 소개에 따르면,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다가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민섭 씨는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라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남이 원하는 대로, 남들의 시선에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을 목표로 사는 사람이 많은 우리 사회를 아주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사회는 통제에 익숙해진 대리인간을 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사유함으로써 그것을 벗어나야 한다고 하며, 그렇지 않으면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 믿으면서 '타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제 주변에도 '타인의 삶'을 사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즐거운 산책...' 말미에는 '길섶'이라는 우리말을 알려드렸습니다. '길섶'은 '길쎂'으로 발음하는데, '길의 가장자리, 흔히 풀이 나 있는 곳'을 뜻합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팔찌'를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노래의 명단은 tbs홈페이지(tbs.seoul.kr)의 '즐거운 산책...'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팔찌
장신구를 좋아하지 않지만
요즘은 왼쪽 손목에 팔찌를 하고 다닙니다.
빨강, 노랑, 초록, 하양, 검정,
다섯 색깔 실로 꼰 가느다란 끈인데요,
달라이라마를 친견하고 이것을 받은 친구가
제게 선물한 것입니다.
저는 그분을 만나 뵌 적이 없지만
‘친절이 나의 종교’라는 그분의 말씀을 좋아합니다.
길이가 95센티미터쯤 되니 한쪽을 묶어 목에 걸어도 되지만
손목에 감고 다니는 이유는,
거울이 없는 곳에서도 이것을 보며
연민, 용서, 인내, 만족, 자기 수련을 강조하는
그분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싶어서입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물건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거울 노릇을 해주는 물건을 하나씩 지니고 다니며
시시때때로 마음을 비춰보면
지구촌이 지금보다 훨씬 평화로운 마을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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