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가뭄, 야구, 크래핑, 승리(2017년 6월 18일)

divicom 2017. 6. 18. 22:39

계속되는 가뭄으로 괴로운 곳이 많습니다. 오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 FM95.1MHz)'는 비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했습니다. 사람의 크기는 그가 자신의 일로 인식하는 일의 크기로 결정됩니다. 우리 집에는 

물이 잘 나와서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으니 비가 오든 오지 않든, 가뭄이 오래 계속되든 말든 상관없다고 하는 

사람은 아주 작은 사람이겠지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그 사람이 큰 사람이겠지요.


오늘 '즐거운 산책...' 초입에서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침 오늘은 <눈 먼 자들의 도시>로 잘 알려진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 작가 주제 사마라구의 기일입니다. 2010년에 별세했으니 벌써 7년이 되었습니다. 

199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마라구도 그렇지만 뛰어난 작가들은 누구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본다는 것은 무엇이고, 믿는다는 건 무엇인가...


살기 바쁜데 그런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바빠도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삶은 생각을 따라 흘러가니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삶은 아주 많이 

다르겠지요.


사마라구 같은 작가들이 던지는 질문은 답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답하기 쉬운 질문을 

합니다. 밥 먹었느냐, 잘 잤느냐, 어디 아프냐... 그런 질문과 답변은 관계를 이어주는 끈 노릇을 합니다. 그러니 

사랑한다면 아무리 사소한 질문이라도 대답해주어야 합니다. 지금 내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와 나 사이에 질문도 답도 없다면 그와 나는 아마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박혜은 맥스무비 편집장과 함께 하는 '영화 읽기'에서 소개한 영화 중에서는 '나의 붉은 고래'가 보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 중국, 일본의 감독과 스튜디오, 음악 감독이 힘을 합해 12년 만에 완성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인데, 장자의 철학, 특히 '붕정만리(鵬程萬里)' 사상을 녹여낸 영화로 작년에 중국에서 개봉해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붕정만리'는 '붕(鵬)새가 날아가는 길이 만 리(萬里)'라는 말로, 먼 길 혹은 먼 장래, 원대한 여정을 뜻한다고 합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신경과 교수 강동화 씨와 문화콘텐츠 개발자 박현찬 씨가 함께 쓴 책<크래핑(Craughing)>과, 파리 제 11대학교 연구교수인 라파엘 오몽이 쓴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화학책>을 소개했습니다. '크래핑'은 영어 철자에서 보듯 울음을 뜻하는 crying과 웃음을 뜻하는 laughing을 합해 만든 신조어입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에서는 긍정적 감정만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에너지가 크다는 것과, 우리 스스로 감정을 조절 혹은 활용해서 좋은 감정은 더욱 좋게 하고 나쁜 감정은 유익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문화가 산책'에서 알려드린 소식 중에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씨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55년 역사의

'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소식과, 실로암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촉각 명화' 전시회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유투브에서 선우예권 씨의 반 클라이번 결선 연주 전체를 볼 수 있으니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산책...' 말미에는 '비가 오려고 하거나, 비가 올 때, 비에 맞으면 안 되는 물건을 치우거나 덮는 일'을 

뜻하는 '비설거지'라는 우리말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오늘 들려드린 음악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방의 '선곡표'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 드린 제 글 '야구장'을 옮겨둡니다. 며칠 전 오랜만에 야구장에 가서 보고 느낀 점을 쓴 글입니다. 저는 LG트윈스를 응원했는데, 그날 그 팀이 SK와이번스를 상대로 19대 1의 대승을 거뒀습니다. 

만일 SK와이번스 응원객 중에 저처럼 오랜만에 온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실망했을까,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기는 건 좋을지 몰라도 너무 크게 이기는 것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구장


30년 만에 야구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햇살은 전과 같아도 사람들의 풍경은 아주 달랐는데요,

 

비싼 기념품을 사기 위해 줄 지어 선 사람들,

응원석에서 피자와 치킨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예전에 야구장에서 파는 건 컵라면뿐이어서

일종의 평등이 이루어지곤 했는데,

이젠 야구장도 빈부격차 사회의 축소판 같았습니다.

 

야구장 주변에선 미화원들이

마구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느라 바빴는데요,

정규직원들일까, 비정규직일까?’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야구장의 평등을 되찾아

편한 마음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을까...

경기는 끝나도 고민은 끝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