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가뭄, AI, 그리고 세바람꽃 (2017년 6월 11일)

divicom 2017. 6. 12. 16:51

오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 FM 95.1MHz)'에서는 가뭄과 조류독감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에 상관없이 땀 흘리시는 농민들, 농장주들, 방역하는 분들... 도시의 삶도 녹록하진 

않지만, 도시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것은 도시 아닌 곳에서 먹을거리를 키우시는 분들 덕택이지요. 


인생이 너무 평탄하면 나중에 할 말이 없다, 돌이켜볼 추억이 없다고들 하지만, 때로 너무 힘들 때는 추억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가뭄과 조류독감으로 인해 그런 절망에 이른 분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부디 하늘이 도와주시어 견딜 만한 고통과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영화 읽기'는 2주 만에 출장에서 돌아온 박혜은 맥스무비 편집장과 함께 했습니다. 박 편집장이 출장 가신 동안 

대신 출연해 주신 맥스무비 차지수 기자님에게 감사합니다. 박혜은 편집장이 소개해주신 영화 중에선 김옥빈 씨의 액션이 볼 만하다는 '악녀'와,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제목을 차용한 제목의 다큐멘터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 세상이 궁금합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케리 이건의 <살아요>와, 원예교육 

전문가 이태용 씨의 <식물 읽어주는 아빠>를 소개했습니다. <살아요>는 언젠가 닥칠 죽음 앞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하고, <식물 읽어주는 아빠>는 식물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식물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해주는 책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선인장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문화가 산책'에서는 효를 상징하는 '어머니 길'이 강원도 강릉, 신사임당과 이율곡이 다니던 길에 조성돼 표지석이 제막되고 걷기대회가 열렸다는 것, 세종문화회관에서 스페인의 정열을 보여주는 '플라멩코 더 패션'을 입장료 

천 원의 '온쉼표' 공연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인천의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우리 근대문학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는 전시 '소설, 애니메이션이 되다'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렸습니다.


'즐거운 산책...' 말미에 소개해드린 우리말은 '비를 머금은 검은 조각구름'을 뜻하는 '매지구름'이었습니다. 

파란 하늘 흰 구름도 아름답지만 가뭄에 타들어가는 나라 곳곳을 생각하면 매지구름이 기다려집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세바람꽃'을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노래의 명단은 tbs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방의 '선곡표'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세바람꽃

 

빙하기의 유물로 알려진 세바람꽃이

소백산에서 발견됐습니다.

남한에서는 한라산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소백산에서 20여 포기가 발견된 겁니다.

 

세바람꽃은 한 줄기에서 세 송이의 꽃을 피워

세송이바람꽃으로도 불리지만

세 송이가 동시에 피긴 어렵고

한 송이가 피어 있을 때 아래쪽에 봉오리가 맺히고

먼저 핀 꽃이 진 후 나머지가 핀다고 합니다.

 

마지막 빙하기는 만 년 전쯤 끝났다는데

세바람꽃은 어떻게 여전히 피고 있는 걸까요?

 

빙하기 때 피던 세바람꽃도 소백산의 그 꽃처럼 아름다웠는지,

그때의 바람도 지금 부는 바람처럼 차고 따뜻했는지,

그 바람 맞던 호모 사피엔스도 지금 우리처럼 울고 웃었는지,

모든 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