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노무현 8주기, 그리고 부부와 꽃(2017년 5월 21일)

divicom 2017. 5. 21. 17:49

오늘은 '부부의 날'이자 '여름이 차 오르기 시작한다'는 절기 '소만'입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녹음을 보며 

한겨울 앙상한 나무를 연상하는 건 저뿐일까요? 겨울 한가운데서 헐벗은 나무들을 볼 때는 한여름 무성한 

초록을 생각했으니, 저는 시대는 물론이고 계절까지 거스르는 사람인가 봅니다.


오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 FM 95.1MHz)'에서는 소만즈음 제 몸의 영양분을 죽순에게 다 내주고 

누렇게 시드는 대나무와, 내일모레면 떠나신 지 8년이 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박혜은 맥스무비 편집장과 함께 하는 '영화 읽기'에서 소개한 영화 중엔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저예산 영화 '겟아웃(Get Out)'을 보고 싶었습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는 '책방 산책'에서 EBS 김민태 피디가 쓴 <나는 고작 한 번 해봤을 뿐이다>와, 

나카노 타카아키의 <단 30초 기지개 건강법>을 소개했습니다.


'문화가 산책'에서는 마포구 서교동의 복합문화공간 '엘리펀트 스페이스'의 개관기념전 '띵스 뮤지엄

(Things Museum)'을 소개했는데, 이곳에서는 미켈란젤로, 모네, 고흐 등 유명작가의 작품을 초 고화질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은 시인이 <만인보>를 집필한 서재를 서울도서관 관내 서울기록문화관에 '만인의 방'이라는 이름으로

재현한다는 소식도 전해드렸습니다. '만인의 방'에 가서 시인이 기증하신 서가와 책상, 육필 원고를 보는 것도 

좋지만, 그분의 연작시 '만인보'를 읽어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가 산책'에 이어진 

노래는 안도현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양희은 씨가 부른 노래 '사랑, 당신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즐거운 산책...' 말미에 소개해드린 우리말은 '틀거지'였습니다. '틀거지'는 '듬직하고 위엄 있는 겉모양'을 뜻합니다. 요즘 국민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듬직하지만 소탈한' 대통령입니다. 그분을 보며 그분의 친구 

고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내일모레는 노 대통령의 8주기... 오늘 마지막 노래는 그분이 

좋아하시던 '상록수', 김민기 씨의 음성으로 들었습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부부와 꽃'을 

옮겨둡니다.



부부와 꽃

 

여러 날 냉전 끝에 남편이 아내에게 건네는 꽃은

고대 그리스의 올리브가지처럼

평화의 상징이자 사랑의 표현입니다.

 

신혼 남편이 아내에게 주는 꽃다발은

먹어도 좋고 안 먹어도 좋은 간식 같은 것이지만,

나이든 남편이 아내를 위해 준비하는 꽃은

훨씬 의미심장합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써야만 할 수 있는 선물이니까요.

 

어떤 남편이 부부싸움 후에 어렵게 꽃을 사들고 갔는데

그 꽃이 금세 시들어서 힘들게 이루어진 화해가

도로 아미타불이 됐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누구나 잘 모르는 물건을 살 때는 낭패를 보는 일이 가끔 있는데요,

 

꽃은 다른 물건들과 다르니 꽃 파는 사람들도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부부의 날’... 꽃을 파는 분들에게 부탁합니다.

나이든 남자에게 꽃을 팔 때는 제일 싱싱하고 좋은 꽃으로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