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선거, 어린이, 시집, 가납사니(2017년 5월 7일)

divicom 2017. 5. 7. 11:40

휴일도 많고 미세먼지도 심한 오월 첫 주, 석가탄신일, 어린이날에 이어 내일은 어버이날모레는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오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FM 95.1MHz)'는 이번 선거에선 꼭 좋은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픔으로 얼룩진 오월의 역사가 축제의 달로 다시 쓰이고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지기를'헬조선’과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같은 단어는 사라지고 아이들, 어른들 모두이 나라에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염원합니다.


첫 노래는 에디 피셔(Eddie Fisher'가 부른 'Oh! My Papa'였습니다. 이 노래는 원래 독일에서 딸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노래로 만들어져 1939년에 독일어로 불렸고, 피셔는 1953년에 영어로 불렀습니다. 처음 만들어지고 

78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불리는 노래... 이런 노래를 듣거나 오래 전에 그려진 그림, 오래 전에 쓰인 글을 읽다 보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예술적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아기들이 많을 겁니다. 그들이 부모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타고난 재능을 잃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박혜은 맥스무비 편집장과 함께 하는 '영화 읽기' 말미에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에 나오는 노래 중 로스 델 

리오(Los Del Rio)의 '마카레나(Maacarena)'를 들었고,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 끝에는 

메조소프라노 김청자 씨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를 들었습니다. '책방 산책'에서 소개한 책은 소설가 김탁환 씨의 에세이집 <엄마의 골목>과, 캐서린 러브데이 교수의 <나는 뇌입니다>였습니다.


'문화가 산책'에서는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무령왕과 왕비의 목관 전시, 종로구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산의 화가' 박고석 탄생 백주년 기념전시회,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의 기획전 '셀피--나를 찍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바리톤 최현수 씨의 '옛동산에 올라'를 들었습니다.


오늘 '즐거운 산책'은 '가납사니'라는 우리말로 마무리했습니다. '가납사니'는 '가:납싸니'로 발음하는데, '쓸데없는 맒을 지껄이기 좋아하는 수다스러운 사람' '말다툼을 잘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내일모레 선거에서는 가납사니 말고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이 뽑히길 바랍니다. 선거 후엔 모두 친구가 돼서 나라 위해 힘을 합쳤으면 하는 희망을 담아 밥 딜런(Bob Dylan)의 'All I Really Want to Do'를 들려드렸습니다.


내일은 '어버이날'... 불효자를 위한 날입니다. 평소에 부모님을 자주 뵙지 못한 분들, 자주 연락드리지 못한 분들... 오늘은 꼭 찾아뵙거나 목소리로라도 사랑을 표현하시길 바랍니다. 아래는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시집(詩集)'입니다.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에서 '그리고 평화한 시대가'로 이어지는 두번 째 문단은 모두 시집의

제목입니다. 마음 가는 시집이 있으면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시집 


5월 햇살은 4월해보다 반짝입니다.

햇살 조명을 받은 책꽂이의 시집들이 새삼 어여쁩니다.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왼손을 위한 협주곡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

먼지는 무슨 힘으로 뭉쳐지나

직선 위에서 떨다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입 속의 검은 잎

꽃씨하나 얻으려고 일년 그꽃 보려고 다시 일년

살아남은 자의 슬픔

오월에 날아든 수상한 꽃가루

그리고 평화한 시대가

 

이 오월엔 사라졌던 노래들이 돌아오고

세상을 뜨는 새들과 목마름 쪽으로 흐르는 물을 보며

협주곡을 들어도 되는 평화한 시대가 오기를 빌어봅니다.


그러고 보니 시집은 기도 책, 시마다 기도입니다.

()가 왜 언어의 절간인지 이제야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