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세월호 3주기, 그리고 비밀(2017년 4월 16일)

divicom 2017. 4. 16. 10:33

오늘은 세월호 참사 3주기... 벚꽃동산이 된 안산 아래 서대문구청 마당에서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기념하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사진 가장지리에 노란 리본을 하나 걸고, 메고 간 가방에도 리본을 걸어 마음을 표현합니다. 2년 전이던가...팽목항에서 맞던 4월 바람이 오늘도 새록합니다. 잊을 수 없는 일, 잊으면 안 되는 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채 거대한 비밀덩어리로 남은 일, 그 비밀을 끝까지 캐내야 합니다.


오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 FM 95.1MHz)에서는 '비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에 소개해드린 단어는 '도담도담'이라는 우리말이었습니다. 도담도담은...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을 뜻하는데모든 부모는 자녀가 도담도담자라서 성인이 되는 걸 보고 싶어 하지만, 때로는 사건과 사고로 인해 그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3년 전 오늘 일어난 세월호 참사도 그렇게 많은 분들의 꿈을 앗아갔습니다. 그 일을 잊지 않아야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는 걸 막을 수 있겠지요. 희생자들과 유족들 위로하고 

싶어서 조수미 씨의 '아베마리아'를 들려드렸습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비밀'을 옮겨둡니다. 글에 나오는 천재 시인 이상.. 내일은 그가 일본 토쿄에서 숨진 지 꼭 80년이 되는 날입니다. 1937년 2월에 불령선인으로 일경에 체포돼 구금됐다가 3월에 병보석으로 풀려났고 4월 17일에 숨졌습니다. 


요즘 일본 정부와 언론은 한반도 위기상황을 부풀리느라 신이 났습니다. 아베 총리 부부의 부패 뉴스가 한반도 위기 뉴스에 가려지는 걸 보면 실소가 나옵니다. 이 나라에서도 늘 있는 일이니까요. '일본놈 일어선다, 미국놈 믿지말라'던 선조들의 음성이 들리는 봄날입니다. 일본, 미국, 모두 제 나라 이익을 위해서 혈안이 돼 있는데 한국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 들려드린 모든 음악의 명단과 '책방 산책'에서 소개한 책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 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밀

 

꽃의 계절인 봄은 안개의 세상이기도 합니다.

안개는 마술사처럼 늘 보던 풍경을 신비롭게 해서

시가 태어나게 하는데요,

 

아무리 짙은 안개도 걷힐 때가 있다는 사실은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세상의 이치를 은유합니다.

 

선거 때가 되면 후보자들의 비밀이 드러나는데요,

소리 없이 남을 도운 선행처럼 아름다운 비밀은 드물고

부끄러워 숨기고 싶은 행위가 대부분입니다.

 

천재 시인 이상은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라고 했지만,

비밀이 많으면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고 하지요,

 

비밀이 많은 사람은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비밀을 숨기려고 거짓말을 하면 세상이 더욱 시끄러워져

우주의 비밀처럼 신비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지고

안개는 물론 시까지 싫어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