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5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부와 미국 정부가 바쁩니다. 한국에 친일, 친미 정권이 들어서야 자기네
이익을 추구하기 좋으니 그런 후보가 대통령이 되게 하기 위해 한반도의 위기를 조장하거나 부풀리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 중에 그런 것을 지적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 나라에서 일본이나 미국을
비판하는 말을 하면 '빨갱이'로 몰리기 쉬워서일까요? 아니면 비판적 사고는 상실하고 관성으로 움직이는 한국
언론에 편승해서 그럴까요?
미국이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에 파견한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실제론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일본은 모르는 척 한반도 위기를 부풀립니다. 일본을 한 개의 동전이라 하면 일본 정부는 앞면이고
언론은 뒷면입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1일 '한반도 유사시 주한 일본인 72시간 대피소 대피 검토'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해 한국이 큰 전쟁 위협에 처해 있는 것처럼 소란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주한 미군이 6월에 한반도 유사시 주한 미군 가족과 미국 민간인을 해외로 대피시키는 훈련을 할
거라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주한 미군속과 민간인 대피 연습(Courageoous Channel 훈련)은 지난 가을에 7년 만에 실시됐는데, 6월에 또 한다는 것이지요. 이 대피 훈련의 영어 제목만 보아도 미국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나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대피'는 '도망'인데, 그것이 어떻게 'Courageous' 즉 '용감한' 훈련이 될 수 있는 걸까요? 아무튼
한국에는 주한미군 28,500명을 포함해 23만여 명의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고, 이들 중 일부를 가지고 시뮬레이션
형식의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미국이나 일본 정부가 보기에 좌파 성향을 가진 대통령이 한국에서 당선되면 머리가 아플 겁니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만들어낸 종군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합의의 운명도 알 수 없게 되고, 사드를 비롯해 한미 간에 미국 위주로 결정된 모든 사안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테니까요. 일본이 가장 원치 않는 게 남북한의 통일인데, 한국의 우파
보수 세력은 북한을 '주적'으로 부르며 통일을 남의 일로 생각하니, 일본은 당연히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이 되길 바라겠지요.
미국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일본조차 '미국'의 '미'를 '쌀 米'로 표기해 '米國'이라 쓰는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을 '美國' 즉 '아름다운 나라'로 표기하는 한국... 한국이 미국을 추종하는 데서 벗어나 자주적 사고를 하고, 북한과 통일해 동아시아의 주인공이 되는 걸 미국 또한 바라지 않을 겁니다. 한국의 정치인들 중에는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자신이나 자기 계파의 이익을 위해 모른 척 친미자로 행세하는 사람들이 많겠지요.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지요.
그러나 저처럼 아무 힘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는 일... 오늘 아침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 FM95.1MHz)'에서는 봄비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꽃비'에 대해 생각해보고, 정광태 씨의
'독도는 우리 땅' 등을 들었습니다.
'독도는 우리 땅'을 들은 이유는 지난 11일이 국제법학자 백충현 교수의 10주기였기 때문입니다. 백 교수는 독도가 한국 땅임을 증명하기 위해 국제법적 논리를 개발하고 증거늘 찾아내는 데 평생을 바쳤는데, 최근 그의 10주기를
맞아 출간된 <국제법 학자, 그 사람 백충현>이 발간됐다고 합니다. 그 책을 통해 백 교수가 일본에서 발굴. 입수한 '관판실측일본지도'가 처음 공개됐는데, 이 지도는 1870년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권위 있는 지도로, 일본 영토가
세밀하게 나와 있지만 독도는 나타나 있지 않다고 합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정석 교수의 <도시의 발견>과 그레고리 스톡 교수의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를 읽었습니다. 한국인은 언제부턴가 의견이 없거나 말하지 않는 사람들, 질문하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두 책은 우리에게 말하라고, 질문하라고 권합니다.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미국이나 일본이 한국을 보는 눈도 달라지겠지요.
오늘 들려드린 노래의 명단은 tbs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꽃비'를 옮겨둡니다.
꽃비
먼지를 다독이는 봄비는 다양합니다.
안개비, 는개, 이슬비, 가랑비... 모두 반갑지만
봄비 중에서도 으뜸은 꽃비일 겁니다.
봄바람 부는 꽃길을 걷다 보면
꽃비가 선물처럼 쏟아집니다.
어떤 꽃잎은 빗방울처럼 후드득 떨어지고
어떤 꽃잎은 하늘하늘 어디론가 날아갑니다.
목련 꽃잎은 나무 아래 떨어져 흙빛으로 바래지만
벚꽃 꽃잎은 그 빛깔 그대로 저만치 날아가서
점점이 길의 무늬가 됩니다.
목련처럼 지지 않고 벚꽃처럼 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벚꽃 잎처럼 가벼워져야 할까요?
광활한 우주 안 우리의 존재가
벚꽃 잎 한 낱보다 작다는 걸 기억하면
그렇게 가벼워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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