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벚꽃, 어느 독재자, '사'자 붙은 직업(2017년 4월 9일)

divicom 2017. 4. 9. 16:50

벚꽃 향내 진동하는 동네 길을 걷는데 왜 자꾸 눈이 젖어올까요? 아침엔 장성한 아들과 걷고, 한낮엔 연로하신 

어머니와 걸었습니다. 벚꽃은 제 곁을 거니는 사람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을 밝히느라 바빴습니다. 아들과 걸을 때는 제 속도 대로 걸을 수 있었지만, 어머니와 걸을 때는 보폭을 줄이고 느릿느릿 걸어야 했습니다. 어머니를 따라가느라 숨가쁘게 걷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자꾸 젖어오는 눈으로 저 높이 파란 하늘 흰 구름을 바라보며, 

그래도 어머니와 꽃길을 걸을 수 있으니 감사한 일 아니냐고 저를 다독였습니다. 


살아가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죽어가는 것으로 읽힙니다. 중요한 건 '살아가는' 것이든 '죽어가는' 것이든 '가는' 것이라는 사실이겠지요. 즉, 삶은 '과정'이며 죽음도 과정이라는 것이지요. 삶을 이루고 있는 무수한 순간들, 그 순간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오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 FM95.1MHz)'는 '봄비' 같은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세상과 사람이 날로 거칠어지는 이때 필요한 사람은 '봄비' 같은 사람입니다. 봄의 소란을 잠 재우는 봄비 같은 사람, 봄비 같은 대통령을 보고 싶습니다. 


첫 노래는 Earl Grant‘The End’였습니다. 1958년에 나온 노래로, ‘At the end of a rainbow’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가사를 요약하자면 “무지개 끝엔 금 항아리가 있다지만 찾을 수 없고, 물은 강의 끝에서 흐름을 멈추지만

우리의 가슴엔 끝없이 쓸 수 있는 사랑이라는 보물이 있고, 우리의 사랑은 시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거예요.”하는 뜻입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이렇게 사랑할 순 없겠지만임기가 끝난 후에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훌륭한 대통령 하면 보통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즈벨트를 예로 드는 분들이 많은데, 그는 1933년 

3월부터 1945년 4월 타계할 때까지 대통령으로 일하면서, 미국을 대공황에서 구해냈습니다. 루즈벨트는지원

회복, 개혁을 추구하는 정책을 폈다는데, 지금 우리 상황에도 그런 정책이 필요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혜은 맥스무비 편집장과 함께 하는 '영화 읽기'에서 소개한 영화 중엔 이란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영화 

'어느 독재자(The President)'가 가장 감명 깊었습니다. 박 편집장에 따르면 마흐말바프 감독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위로하기 위해 광화문에 왔었고, 두 달 후 영화 '대통령(The President)'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습니다. 그는 당시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의 반독재 시위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폭력의 고리를 보며 '왜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가'하는 의문을 갖고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어느 독재자'는 바로 그 '대통령'입니다. 마흐말바프는 15세 때부터 반체제운동을 시작했으며, 혁명조직에 가담해 

17세에 사형선고를 받고 6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으며 1979년 이란 혁명 때 사면 받았다고 합니다. 그후에도 테러와 암살 위협 때문에 조국에 살지 못하고 런던에 거주하면서 영화를 만든다고 합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김뻡 씨의 <당신 지금, 행복한가요?>와, 다니엘 에이멘의

<여성의 뇌는 힘이 세다>를 읽었습니다. 에이멘에 따르면 여성의 뇌엔 다섯 가지 강점이 있는데, 그건 공감, 직관, 자기통제, 협동심, 약간의 걱정이라고 합니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공감을 잘하고 직관적이며 참을성이 많지만, 개인적 편차가 큰 것 같습니다. 여성들 중에도 이런 성질이 약한 사람들이 있고, 남성들 중에도 이런 특질이 강한 사람들이 있으니, 이것은 성적(性的) 차이라기 보다 감수성과 성향의 차이가 아닐까요?


'문화가 산책'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다양한 전시를 소개해드리고, 30년 전 고문을 받다 숨진 대학생 

박종철 씨 사건을 중심으로 1987년 6월 항쟁을 그린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가제가 

'1987'인 이 영화는 장준환 감독이 연출하고, 김윤석, 설경구 씨 등이 출연해 연말쯤 개봉한다고 합니다.


'즐거운 산책...' 말미에는 '옴살'이라는 단어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옴살'은 '마치 하나의 몸 같이 가까운 사이'를 뜻합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사'자 붙은 직업'을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음악의 명단은 tbs 교통방송 홈페이지(tbs.seoul.kr)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자 붙은 직업

 

제가 이십대일 때 결혼상대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은

검사, 변호사, 의사였는데요,

아버지는 법조인과 의료인이 본분을 저버리고

돈 벌기에 급급하니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의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법조와 의사가 더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니 그랬겠지요.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에 내놓은 직업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니

1, 2, 3위를 차지한 직업엔 모두 자가 붙어 있습니다.

1위는 판사, 2위는 도선사, 3위는 목사인데요,

 

이 조사 결과를 보니 궁금합니다.

판사는 1위인데, 왜 검사는 37위이고 변호사는 74위일까요?

목사는 3위인데, 전도사는 왜 78위나 될까요?

한의사는 7위인데, 왜 양의사는 20위권이고

치과의사는 54위일까요?

 

지금도 결혼상대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은 법조인과 의사일까요?

자 붙은 직업인과 결혼하면 행복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