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대학, 그리고 여행(2016년 8월 28일)

divicom 2016. 8. 28. 18:48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에서는, '대학'과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지난 여름은 누구에게나 살기 힘들었지만, 남들보다 더 힘겹게 살아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햇볕에서 일해야 하는 농부들, 근로자들, 군인들, 교도소의 재소자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사람들, 더위 속에서 열매를 맺어낸 나무들... 높아진 하늘...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첫 노래로 셀린 디옹의 'I'm alive'를 들었고, '작은 역사로 보는 문화세상'에서 내일로 탄생 140주년을 맞는 백범 김구 선생의 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의 일부를 읽고 신중현과 뮤직파워의 '아름다운 강산'을 들었습니다.


3부 시작할 때는 메탈리카의 'Nothing else matters'를 듣고, 미치 앨봄의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교육부의 '대학 개혁"으로 인해 이화여대와 동국대 등에서 일어난 분규 때문입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은 나라이지만, 동시에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과 싸우고 있는 나라입니다. 젊은이의 수가 줄면서 2020년에는 고등학교 졸업자의 수가 대학 정원보다 10만 명이나 적을 거라고 하니 학생 

부족으로 인해 문을 닫는 대학들이 생기겠지요. 그런 문제에 대비한다는 '개혁'의 잣대가 '돈'이라는 비판 속에 대학생들이 농성을 벌이게 된 것입니다. 소위 돈 되는 과는 남기거나 확장하고, 돈이 안 되는 인문학과 교양과목은 없애는 학교들이 적지 않으니 학생들의 주장이 틀렸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다보니 근본적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대학이 뭐 하는 곳이지?'하는 질문입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는 모리 슈워츠 

교수와 옛 제자 미치 앨봄이 인생의 중요 주제들에 대해 나눈 대화를 기록한 이 책은 제가 대학생 친구들에게 자주 권하는 책입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명저들 중 이 책은 특히 읽기 쉬운 책이니까요. 영어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 대학생들은 되도록 영어 원서로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대학은 뭐 하는 곳이냐고요? 글쎄요, 이 책을 읽고 제가 얻은 답은 '대학은 좋은 스승을 만나는 곳, 그 스승 덕에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 깨닫게 되는 곳'입니다.


'오늘의 노래'는 패티 김씨의 '9월의 노래'였고, 마지막 노래는 스콜피언스의 'Wind of change'였습니다. 길었던 

여름의 끝자락,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여름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 9월엔 즐겁게 할 수 있겠지요. 오늘 들려드린 음악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여행'을 옮겨둡니다.


여행

 

여행을 좋아하는 이 여사지만

여든 넘은 나이에 떠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 마음을 읽었는지 중년의 딸들이 함께 떠나자고 합니다.

겨우 12일이지만 딸들과의 여행은 처음입니다.

 

딸이 셋이면 엄마가 행복하다던 친정어머니가 떠오르고

여행 떠나는 걸 싫어하던 남편도 생각납니다.

딸 셋이면 엄마가 행복하다는 어머니 말씀은 이해가 되는데,

60여 년 함께 산 남편이 왜 그리 여행을 싫어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바깥일이 끝나면 서둘러 돌아와 방안에 머물던 남편,

여행을 좋아하는 이 여사와는 달리 외출조차 꺼렸는데요...

어쩌면 너무 고단했던 걸까요?

돈도 연줄도 없고 체력마저 약한데

일찍이 가장이 되어 생활전선에서 부대꼈으니

하루하루가 낯선 곳의 여행 같았을지 모릅니다.

 

작년에야 긴 짐을 벗고 먼 곳으로 떠난 사람,

옆에 있을 때 한 번이라도 고맙다고 말해주었어야 하는데...

이 여사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언젠가 그이를 다시 만나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세 딸과 함께한 여행 얘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