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에서는 '선풍기'에 대해 생각해보고, 박인희 씨의 '세월이 가면', Earth, Wind & Fire의 'Star', 부활의 '친구야 너는 아니' 등 좋은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3부에서는 Monkees의 'I'm a believer'를 듣고, 법정스님의 <산중한담>에 있는 글 '가난한 이웃을 두고'를 읽었습니다. 미국 출신의 선승 현각스님이 촉발시킨 한국 불교의 기복화 논쟁이 이 글을 읽게 했습니다.
현재 이 나라 대부분의 신도들에게, 종교는 복을 비는(기복) 방편에 다름아닙니다. 예수님처럼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기도나 부처님처럼 모든 생명체를 긍휼히 여기게 해달라고 하는 기도는 들리지 않고, 이러저러한 세속적 목표를 이루게 해달라는 기도만이 들립니다. 입 다물고 하는 것, 홀로 골방에서 하는 것이 기도이지만, 요즘은 큰소리로 과시하듯 하는 것을 '기도'라고 하는 신도들도 많습니다.
Brothers Four의 'Beautiful Brown Eyes',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에 곡을 붙여 이동원 씨가 부른 노래 '귀천'도 좋았고, 마지막 곡으로 들은 Abba의 'The winner takes it all'도 좋았습니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누구나
메달을 따고 싶어하지만, 부끄러운 메달은 따지 않느니만 못합니다. 정정당당히 겨루고 거칠 것 없는 마음으로 돌아오기 바랍니다.
올림픽과 관련해 요즘 우리나라 텔레비전들이 보이는 양태는 그렇게 후진적일 수가 없습니다. SBS, KBS, MBC가 거의 항상 같은 게임을 중계합니다. 한국 선수가 나오는 게임은 중계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중계하지 않습니다. 현각스님이 비판했던 배타적 민족주의가 텔레비전 중계에서조차 드러납니다. 시계는 21세기를 가리키지만 이 나라는 20세기 중반 쯤으로 뒷걸음질치고 국민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건 정부와 언론이 이 모양이기 때문이겠지요.
오늘 들려드린 음악 명단은 tbs 홈페이지 (tbs.seoul.kr)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 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선풍기'를 옮겨둡니다.
선풍기
끝없이 이어지는 범죄 소식 때문에 더 더운 나날,
그나마 선풍기가 있어 다행입니다.
선풍기의 ‘선’은 ‘부채 선(扇)’,
선풍기는 전기 부채이니
냉매를 사용해 공기를 차갑게 하는 에어컨과는 다릅니다.
공기를 식히진 못하고 바람을 일으켜 시원한 느낌만 주는 것이지요.
그러니 선풍기는 고통을 치료하는 의사보다는
고통 받는 사람을 위로하는 친구에 가까운데요,
잘못된 치료는 가끔 새로운 병을 초래하지만
위로가 병을 일으키는 일은 드문 것처럼,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에 걸리는 사람은 있어도
선풍기 때문에 병나는 사람은 드뭅니다.
기계 값이나 사용 비용이나
선풍기는 에어컨보다 훨씬 싸니
에어컨 없는 집은 많아도 선풍기 없는 집은 거의 없는데요,
어느 집에나 선풍기가 있듯 누구에게나 진짜 친구가 있다면
저런 범죄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선풍기에서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바람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선풍기의 ‘선’자가 ‘착할 선(善)’자로 바뀌고
범죄도 줄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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