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소나기와 아이들(2016년 8월 21일)

divicom 2016. 8. 24. 07:45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에서는 '소나기'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녀들, 어린이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반성했습니다. 


리우올림픽은 내일 끝나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행사는 그런 것이지요,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장면 같은 것, 낯선 얼굴 같은 것... 삶은 닮은 얼굴로 지속됩니다. 


오늘 첫 노래는 Queen의 'We are the champions'였고, '작은 역사로 보는 문화세상' 에 이어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Worthy is the lamb'을 The ambrosian Singers의 합창으로 들었습니다. 성가의 아름다움이 신자들은 물론 비신자들의 귀와 마음도 행복하게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3부 시작할 때는 김수철 씨의 '월화수목금토일'을 듣고,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읽었습니다. 여름방학 동안 카페에서 자녀를 데리고 온 어머니를 여럿 보았습니다. 함께 있었지만 사랑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어머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은 읽지 않는 책, 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걸까요? 


지브란은 말합니다. "그대의 아이들은 그대의 아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생명을 열망하는 생명 자체의 아들과 딸이다. 아이들은 그대를 거쳐 오지만 그대로부터 오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그대와 함께 있을 뿐, 그대에게 속한 것은 아니다. 그대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어도 되지만 생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겐 그들만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몸이 거할 곳을 줄 수는 있지만 그들의 영혼을 가두려 하면 안 된다. 아이들의 영혼은 미래에 거하고 그대는 꿈속에서조차 그곳을 가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대가 아이들처럼 되려 하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그대처럼 만들려 하지는 말라."


최근에 발표된 '아동의 행복감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감은 유럽, 남미, 아프리카 12개국 4만2천여 명 중 최하위였다고 합니다. 집 안팎에서 아이들을 만나거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기 전에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아이가 행복한지 봐주세요. 그리고 꼭 한 번 안아주세요.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의 노래'는 남진 씨의 '가슴 아프게'였고, 마지막 노래는 나나 무스쿠리의 'Je t'aime la vie'였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소나기'를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음악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나기


뜨거운 날이 계속 되면 소나기가 그립습니다.

오랜만에 오는 소나기는 지즐지즐 새 소리를 내다가

쏴아 하고 폭포처럼 쏟아집니다.

 

언제부턴가 맨몸으로 비 맞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데요,

비 올 확률 30프로라는 예보를 보고

종일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젖는 게 싫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역경 없는 삶이 없는 것처럼

평생 젖지 않고 살 수는 없을 겁니다.

우산으로 막을 수 있는 건 이슬비뿐

소나기가 퍼부을 땐 무용지물입니다.

 

아무리 센 소나기도 오래 가지 않으니

소나기가 올 때는 젖는 걸 겁내지 말고

우산 없이 맞아 보세요.


소나기 속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몸에 숨어있던 원시인류의 유전자가

소나기 덕에 살아나

앞뒤 재던 도시인을 자연의 일원으로 바꿔주니까요.

 

소나기를 맞으며 마음껏 웃어보세요.

역경을 이긴 사람의 자유와 살아있는 즐거움을

소나기 속에서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