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에서는 여름 휴가와 해피아워에 대해 생각해보고,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을 읽었습니다. 겨울에 피는 꽃 '동백꽃'을 읽은 건 그 단편소설의 주인공이 '나'와 '점순이' 두 사람과 함께 두 사람의 대리전을 치르는 닭들이기 때문입니다. 삼복 더위에 희생되는 닭들... 삼계탕을 먹으며 더위를
이기는 사람들이 닭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닭이 삼계탕이 되는 건 먹이사슬에 비추어 피할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닭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닭에 걸맞은 환경에서 살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첫노래는 클리프 리처드의 'Summer Holiday'였고, '작은 역사로 보는 문화세상'에 이어진 노래는 루이
암스트롱의 'Heebie Jeebies'였습니다. 'Heebie Jeebies'는 '어떤 특정한 장소나 사람을 대할 때 어쩔줄 몰라 하는 상태'를 뜻한다고 하는데, 1926년에 암스트롱이 자신의 밴드 'Hot Five'와 녹음한 이 노래는 '현대적 스캣(scat)'을 처음 구사한 노래로 유명합니다. 아시다시피 스캣은 별 의미없이 노래에 반복 삽입되어 노래의 분위기를 살리는 말을 뜻합니다. '뚜비뚜바 빠 빠 뚜아...' 등 여러 소리가 있습니다.
'영화읽기'에 이어 들은 김추자 씨의 '님은 먼 곳에'도 좋았고, '미술관 옆 공연장' 말미에 들은 테너 임웅균 씨의
가곡 '고독'도 좋았습니다.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서 의미 있는 생각이나 작품이 태어난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3부 시작할 때는 스페인이 낳은 소프라노 몬세랏 까바예(Montserrat Caballe)'의 목소리로 비제의 오페라
'La Traviata: 라 트라비아타:춘희'에 나오는 아리아 'Sempre Libera'를 들었는데, 이 제목은 '언제나 자유롭게'를 뜻한다고 합니다. '책방산책' 끝날 때 들은 조동진 씨의 노래 '넌 어디서 와'가 너무 일찍 잘리어 청취자들께 죄송했습니다.
'걷고 싶은 길'에 이어서 들은 코니 프란시스의 'Vacation'은 옛날을 생각나게 했고, '오늘의 노래'로 들은 신승훈 씨의 '라디오를 켜봐요'는 라디오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마지막 노래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버튼 커밍스(Burton Cummings)의 'Stand Tall'이었습니다. 아무리 강더위에 시달린다 해도 꿋꿋이 꼿꼿이 살자는 의미에서 그 노래를 골랐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해피아워'를 옮겨둡니다.
해피아워
대학교가 방학하니 학교 앞 카페와 식당들이
모두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방학이 끝나려면 한참 남았는데...
상관없는 저도 걱정이 됩니다.
가장 큰 카페가 ‘해피아워’ 행사를 시작합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 모든 음료를 반값에 파는 것이지요.
오랜만에 젊은 손님들이 북적이고,
종업원들은 땀 닦을 새도 없이 바쁩니다.
‘해피아워’는 말 그대로 ‘행복한 시간’인데,
누구에게 행복한 시간일까요?
‘해피아워’ 행사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작은 카페의 주인들은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
줄지어 섰다가 반값에 음료를 사는 손님들이 행복할까요?
땀 흘리며 음료를 만드는 종업원들이 행복할까요?
어떤 사람에겐 행복한 시간이
어떤 사람에겐 불행한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저의 행복한 시간이 누군가에겐 불행한 시간이었던 적이 없는지
작은 카페에 들어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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