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외로운 대통령과 코미디(2016년 8월 17일)

divicom 2016. 8. 17. 07:54

거리의 건물엔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요란하고, 문 닫는 자영업자들은 날로 늘고 있습니다. 유례 없는 더위까지 겹쳐 시민들의 삶은 갈수록 힘겹지만 청와대에 있으면 땀도 나지 않겠지요. 칼라가 높은 옷을 입을 수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러니 그곳에서 사는 분이 바깥 사정이나 민심과 상관없는 인사를 실시해서 실소를 자아내는 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바깥 공기를 아랑곳않는 청와대의 공기 때문이 아니고 대통령이 너무 외로워서 그런 건지 모릅니다. 

외로운 사람은 무슨 짓이든 하니까요. 가장 슬픈 건 조윤선 씨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 사람을 또 가까이 두고 싶은 걸까요. 저처럼 힘없는 사람이 최고권력자를 동정한다고 하면 웃긴다고 할지 모르지만, 저는 그분만큼 외롭지 않습니다. 아니면 경향신문 이용욱 기자의 말처럼 대통령이 '민심을 심판'하는 걸까요? 


경향신문 유정인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대통령 측근 그룹에 대한 ‘인사 법칙’이 있으며, 이번에 다시 장관(문화체육관광부)이 된 조윤선 전 새누리당 의원은 바로 이 법칙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법칙은 세 가지인데, 1..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기용했던 인사들은 당·정·청 요직에 계속해서 등장한다. 2.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을 두 번씩 맡는 ‘이례적’ 인사는 ‘일반적’인 경우로 정착했다. 3. 4·13 총선에서 20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측근에겐 

정부나 청와대에 자리를 마련해준다.  


아래는 저와 좀 다른 시각으로 이번 인사를 보는 이용욱 기자의 기사입니다. 배경이 어떻든 '개그콘서트'보다 재미 있는 인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8·16 개각]반성·책임·비전 없는 ‘3무 개각’…민심을 ‘심판’한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8·16 개각은 여권이 참패한 4·13 총선 4개월 만에 단행됐다. 시기적으로도 총선 민심이 요구했던 ‘국정 쇄신’과는 거리를 둔 개각인 셈이다. 그 결과 이날 개각은 철저한 ‘반쇄신 개각’으로 집약된다. 박 대통령 임기 초부터 함께한 ‘장수(長壽) 장관’들을 교체했을 뿐 국정 난맥에 책임이 있는 부처 수장이나, 사퇴 요구를 받는 인사들은 바꾸지 않았다. 여당 대표까지 건의한 ‘탕평 인사’도 없었다.

‘무반성·무책임·무비전’의 ‘3무 개각’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 8·15 경축사에 이어 이날 개각으로 임기 말 ‘나의 길을 가겠다’는 ‘독선의 국정’을 명확히 했다. 총선 직후 불거진 여야와 여론의 ‘전면 개각’과 쇄신 요구에도 버티던 박 대통령은 친박계 지도부가 선출된 새누리당의 8·9 전대를 기점으로 이 같은 국정 방향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여당 지도부를 친박계가 장악하자 총선 참패와 국정 실패의 책임론에 스스로 면죄부를 준 것이다. 총선 직후 여론에 조응해 개각을 했다면 청와대·친박계 책임론을 인정하는 꼴로 비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개각을 전대 이후로 4개월 가까이 질질 끈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진경준 전 검사장 비리,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도덕성 논란 등 국정 난맥상에 대한 성난 민심도 외면했다. 검찰 사상 최악의 부패비리에 대한 지휘 책임이 있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 사드 국론 분열을 책임져야 할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은 자리를 지켰다. 교체설이 유력하게 돌던 미래창조과학부와 고용노동부 장관도 유임되면서 ‘찔끔 개각’이 완성됐다.

각종 도덕성 의혹을 받고 있는 우 수석이 검증을 지휘한 ‘우병우표 개각’도 강행했다. 다양한 돌출행동으로 국회 해임촉구결의안까지 제출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도 유임시켰다. 박 처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인 2011년 2월 임명돼 5년 넘게 일한 만큼 물러나도 무리가 없지만, 굳이 살려둔 것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건의한 ‘탕평 인사’도 없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박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에서 “탕평 인사, 균형 인사, 능력 인사, 소수자에 대한 배려 인사도 조금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고 ‘호남 인사’ 기용을 요청했다. 하지만 장관 내정자 3명 중 2명이 영남 출신이었고, 호남 출신은 없었다. 차관급에서 노형욱 국무조정실 2차장(전북 순창)이 유일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YTN 인터뷰에서 “환경부, 농림부 장관을 교체한 것은 하나의 쇄신”이라며 청와대를 옹호했다.

박 대통령이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기비하를 한다’고 국민들을 나무랐던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반대 민심과 대결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심을 외면하는 것을 넘어 대통령이 ‘민심을 심판’한 개각이란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