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앨빈 토플러, 그리고 '두 어른 전'(2016년 7월 3일)

divicom 2016. 7. 3. 04:24

6월과 함께 미국에서는 어른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고, 7월 초입 서울에선 두 어른이 비정규직노동자를 돕기 위한 전시회를 엽니다. 떠난 이는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 <제3의 물결(The Third Wave)> <미래쇼크(The Future Shock)>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 등의 저서로 세계의 변화와 자본주의의 발달 방향을 예측했던 토플러는 로스앤젤레스 현지 시각으로 6월 27일 별세했습니다. 


2001년 한국 정부의 의뢰를 받고 '21세기 한국 비전'을 발표했던 토플러는 한국은 산업화시대 경제 발전 모델로 크게 성장했지만 그런 식의 발전은 오늘날에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계속되는 한국식 교육제도도 산업화 시대에나 맞는 것이라며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한국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생명공학과 정보통신을 융합 발전시켜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토플러가 15년 전에 했던 말을 들었더라면 한국은 지금 21세기에 걸맞은 나라로 되어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퇴행을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은 비정규직의 양산입니다. 제가 학교를 졸업하던 70년대 후반만 해도 단어조차 없던 '비정규직', 이제 한국은 비정규직 비율이 32퍼센트(2016년 3월 현재)에 이르는 이상한 국가가 되었고, 매년 천 명이 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로 현장에서 숨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평생 이 나라의 개선을 위해 애써 오신 백기완 선생과 문정현 신부님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한 전시회를 여는 것이지요. 1932년생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1940년생인 문 신부님... 쉬어야 할 연세이지만 두 분을 쉬지 못하게 하는 한국의 현실이 부끄럽습니다.


두 분이 붓글씨와 서각으로 '두 어른 전'을 여는 이유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에서 투쟁할 때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공간 '꿀잠'의 건립을 돕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전시회는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에서 7월 5일부터 17일까지 열립니다. 토플러 씨의 영면을 빌며, 백기완 선생님과 문정현 신부님은 부디 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