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박승춘과 김관진(2016년 6월 21일)

divicom 2016. 6. 21. 08:21

오늘은 하지입니다. 일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 낮이 기니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방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려야 하는데 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게 어렵다보니 버리지 

못하고 방은 늘 복잡합니다. 


정부에도 정리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이 내쳐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충성이 살갑게 느껴지니 

내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남이 보면 어렵지 않은 일, 정든 당사자에겐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국민이 싫어하지만 대통령이 내치지 않는 사람들 중 대표적인 인사는 김관진(67) 국가안보실장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69)입니다. 김관진 씨는 헌정사 상 처음으로 두 정권에 걸쳐 국방부장관을 역임한 사람으로, 

온갖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건재합니다. 


김관진 씨에 필적한 만한 사람은 단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입니다. 그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되던 

'님(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금지하고 합창으로 대체해 나라를 분열시켰는데, 최근엔 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이었던 공수부대(제 11공수특전여단)의 옛 전남도청 앞 시가행진을 추진하여 광주 시민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은 박승춘 처장의 해임촉구결의안을 함께 발의하기로 하고,  빠르면 목요일(23일)에 제출한다고 합니다. 결의안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얻으면 최종 가결된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요? 최종 가결이 된다 해도 법적 강제력은 없고, 박 처장의 앞날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달렸다고 합니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박 처장은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해임건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고, 19대 국회에서 그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이 두 번 제출됐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합니다. 한 번은 2013년 11월 보훈처의 대선개입 논란 때, 또 한 번은 2015년 5월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촉구 파동 때였습니다.

그도 김관진 씨처럼 이명박 정부 때 기용한 사람인데, 현 정부의 '최장수 기관장'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장수하는 걸까요? 오늘 경향신문에는 박승춘 씨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 기사의 일부를 요약하면, 그는 김관진 씨처럼 육군사관학교(27기)를 졸업한 3성 장군 출신으로,  2004년 7월 군 정보 최고책임자인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남북 경비정의 교신 내용을 보수언론 기자 3명에게 전달했다가 기무사 조사를 받고 자진 전역했으며, 2007년 박근혜 캠프에 몸담았다가 2011년 보훈처장에 임명됐습니다. 아래에 경향신문 기사의 일부를 옮겨둡니다.

"박 처장이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2월 부임한 이후 이념 성향을 강하게 표출하면서 보훈처는 끊임없이 구설에 휘말려 왔다. 제창곡이었던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곡으로 만들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이데올로기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국론을 분열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박 처장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이유에 대해서도 “국민의 의사가 중요해서” “국민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며 ‘국민’을 앞세웠지만 그 근거로 보훈처를 통해 국고 지원을 받는 보훈단체들의 반대를 들었다.

보훈처 안팎에서는 순국선열을 기리고 국가유공자들을 도우는 게 존립 목적인 보훈처를 이념 대결에 앞장서도록 만들면서 ‘박승춘을 위한 보훈처’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그의 취임 이후 보훈처는 ‘종북세력이 제도권과 정부 내부에 침투해 친북 활동을 민주화로 미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DVD 동영상을 제작 배포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보훈처는) 이념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의 막무가내식 행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정감사 때 “서면보고를 하기 싫으니 구두로 하겠다”고 고집부리다가 회의를 중단(201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시켰는가 하면 2014년 11월엔 국회 정무위원장실을 찾아가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 사업비’ 3억원 삭감에 항의하며 탁자를 내리치고 고함을 지르는 등 소란을 벌였다. 지난 3월에는 ‘만찬 선약’을 이유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지각, 출석하는 바람에 보훈처 소관 11개 법안 처리가 무산되기도 했다. 박 처장은 보훈처가 관리·감독하는 재향군인회의 방만 경영을 방조하고 향군 회장 비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비판을 받다가 지난 4월15일로 예정됐던 향군 회장 선거를 갑작스럽게 중단시켜, 특정 인물을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좀 더 머물렀으면 좋겠다 싶은 동행들은 너무도 쉽게 사라지는데, 이제 그만 떠나면 좋겠다 싶은 동행들은 영영 떠나지 않습니다. 그들의 퇴장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마침내 그들도 사라질까요?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경향신문 기사 원문과 박승춘 씨의 사진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202306005&code=910100&nv=st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