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FM95.1MHz)'에서는 집, 방,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캔자스(Kansas)의 'Dust in the Wind', 냇 킹 콜과 그의 딸 나탈리 콜(Nat King Cole & Natalie Cole)'이 부른 'Unforgettable', 김광석 씨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남궁옥분씨의 '에헤라 친구야' 등 좋은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3부 시작할 때는 송골매의 '세상 만사'를 듣고, 이상의 수필 '차생윤회'를 읽었습니다. 차생윤회(此生輪廻)는 이상의 수필 '조춘점묘'에 실린 짧은 수필 중 한 편으로, 이승과 다음 생의 윤회가 아닌 이승 안에서의 윤회를 얘기하는 수필인데, 이상의 재치와 통찰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눈에 띄어 기분 나쁠 때 '차생윤회'를 읽으면 빙그레 웃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상은 스물여섯 살에 이 수필을 썼고 이듬해 사망했습니다.
'오늘의 노래'에서는 바리톤 김성길 씨의 '봄이 오면'을 들었고, 마지막 노래로는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를 들었습니다. '날아라 병아리'를 들으니 신해철 씨 생각이 나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 노래로 인해 저처럼 마음이 아팠던 분들께 송구합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오층'을 옮겨둡니다. 전곡 명단은 tbs 홈페이지 (tbs.seoul.kr) '즐거운 산책' 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층
오층 창문으로 보이는 세상은
반 지하 창문 밖의 세상과는 다릅니다.
반 지하 창문으로는 나무의 발등이 보이지만
오층 창문으로는 나무의 어깨나 정수리가 보입니다.
일층에서는 보이지 않는 골목길 사정도
오층에서는 보입니다.
이쪽 골목과 저쪽 골목의 자동차들이
골목 밖의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바삐 달려 나와
쾅, 부딪칠 때도 있습니다.
대개 오층에선 아래층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지만
오층도 오층 나름입니다.
어떤 오층은 홀로 우뚝 자유롭지만
어떤 오층은 더 높은 건물들 사이에서 주눅 듭니다.
오층이든 반 지하든 삼십 층이든 집은 집, 방은 방입니다.
방안과 밖의 풍경은 달라도 삶의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반 지하에 살든 오층에 살든 삼십 층에 살든,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의 주민으로 살다가 저 세상으로 가니까요.
보이는 차이로 인해 보이지 않는 공동운명을 잊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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