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입학'에 대해 생각해보고, 바리톤 오현명 씨의 '봄처녀', 콜린 래이(Collin
Raye)'의 'Not That Different', Alice in Chains의 'Again', 닐 다이어먼드(Neil Diamond)의 'Solitary Man',
Tracy Chapman의 'Give Me One Reason' 등 좋은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책방 산책'에서 윤동주에 대해 얘기를 나눈 후 들은 테너 임웅균 씨의 '그리워'도 좋았고, '걷고 싶은 길'에서 산수유길을 걸은 다음 들은 이미자 씨의 '불어라 봄바람'도 좋았습니다.
3부 시작할 때는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Hero'를 듣고, 루쉰(노신)의 <화개집>에 실린 글 '전사와
파리'를 읽었습니다. 루쉰은 중국인이면서 중국의 나쁜 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지성인입니다. 그는 1925년 3월,
중국의 '혁명적 민주주의자' 쑨원(손문)이 사망한 후 그를 비방하는 글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그들을 비판하기 위해 '전사와 파리'를 쓴 것으로 보입니다.
"전사(戰士)가 전사했을 때 파리들이 우선 발견하는 것은 그의 결함과 상처이다. 그들은 그것을 빨며 앵앵거리며
전사한 전사보다 제가 더 영웅이라고 득의양양해 한다... 하지만 결함이 있는 전사는 어쨌든 전사이고, 완미(完美)한 파리는 어디까지나 파리에 불과하다. 가라, 파리들아! 비록 날개가 돋쳤고 앵앵거릴 수 있다 해도 영원히 전사를
초월하지는 못한다. 이 벌레들아!"
루쉰의 말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적용되는 말입니다. 뛰어난 사람(영웅)을 뛰어나다고 인정하고 그를 따르려 하는 대신 그의 사소한 결함을 지적하며 깎아내리려는 사람들... 우리 사회에도 그런 소인배들이 적지 않습니다.
루쉰은 <화개집 속편>에 실린 '꽃 없는 장미'라는 글에서는 "예언자, 즉 선각자는 늘 고국에서는 용납되지 않으며
동시대 사람들의 박해를 받기 일쑤이다. 큰 인물들도 늘 그러하다."고 했는데, 이 또한 가슴 아픈 진실입니다.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 이유를 루쉰의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노래'로는 Lobo의 'A Simple Man'을 들었는데, '비 오는 날 나비들은 어디로 갈까' '사람들에겐 왜 여러 개의 얼굴이 있을까' 등 단순한 질문에 담긴 진실이 루쉰의 글처럼 명쾌했습니다. 꼭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들려드린 음악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입학' 얘기를 옮겨둡니다.
입학
각 급 학교의 입학식이 열렸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에 가고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에 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말 그럴까요?
학교는 왜 갈까,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은 간단해도 답은 간단하지 않을 겁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온갖 지식을 접할 수 있고
학원에 가면 훨씬 짧은 시간에 원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데
학교에 왜 굳이 가야 할까요?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근대적 학교,
이제 백 년 이상 지났으니 이런 식의 학교교육이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한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새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제일 먼저
질문하기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 가는 자녀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오라’고 하는 대신
‘궁금할 땐 언제나 물어보라’고 하는 부모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메리 올리버의 말처럼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은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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