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이 지나가는 해 최고의 유머라면, 오늘 산케이신문이 보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인터뷰 내용은 그보다 더 웃기는 유머입니다.
아베는 "어제로써 모두 끝이다. 더 사죄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의 말이 웃기는 이유는 그는 한번도 '사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죄하는 듯한 말을 했을 뿐 사죄한 적이 없으며, 그것은 이번 합의의 내용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아베는 "이번에는 한국 외교장관이 TV카메라 앞에서 불가역적이라고 말했고 그것을 미국이 평가한다는 프로세스를 밟았다"고 했다는데, 그 말 또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국민에게서 존경받지 못하는 일개 장관이 카메라 앞에서,
제 나라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불가역적'이라는 물리 용어를 써가며 일본의 기분을 맞추려 노력했다고 해서, 그것을 미국이라는 제삼자가 '평가'했다고 해서 어쨌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역사가 뒷걸음질 치는 이 나라에서 '불가역(변화를 일으킨 물질이 본디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일)'이란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아베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앞으로 양국 정상회담을 포함한 어떤 자리에서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데, 그것도 웃기는 얘기입니다. '불가역적'이든 '가역적'이든, 말은 말일 뿐입니다. 말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지만, 말은 때때로 정의롭지 못한 자들, 행동하지 못하는 자들의 자기합리화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아베는 "이렇게까지 한 이상 약속을 어기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고 했다는데, 그 또한 한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기입니다. 근래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소위 선진국 모임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의 회원국으로서 망신을 당할 만큼 당했습니다. 자세한 것을 알고 싶으면 현 정부 출범 후 한국사회가
걸어온 길을 보면 됩니다.
오늘 낮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비굴한 합의를 비난했습니다.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도 모르는 사이에 두 정부가 도달한 '불가역적 합의'는 지금 내리고 있는 이슬비에 씻겨 내려가고, 아직 제 정신인 우리 국민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나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지키며 이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요구할 겁니다.
만약에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합의를 지키기 위해 소녀상을 철거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긴다면, 그건 국민과 전쟁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국민 5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3퍼센트가
대사관 앞 소녀상의 이전에 반대했으며, 찬성한다는 응답은 19.3퍼센트에 그쳤다고 합니다. 좀 더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면 반대자와 찬성자의 비율 격차가 더 커졌으리라 생각합니다.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하지만, 한국 국민은 정부보다 수준이 높습니다. 한심한 정부의 한심한 행태에도 불구하고 아직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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