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정부융자금 등을 받아내고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어제 숨진 채 발견되자, 이제 경남기업 수사가 종결되고 ‘자원 비리’ 수사도 끝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경남기업과 ‘자원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할 때입니다. 성 전 회장은 어제 새벽 5시 10분쯤
청담동 집을 나가 오후 3시 32분 북한산 형제봉 부근 나무에 목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오전 6시부터
50분간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갖고, 2006년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미화 10만 달러를 건넸으며,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현금 7억 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지난 6일 성 전 회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였으며, 어제 오전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이 있을 예정이었습니다. 그의 혐의는 2006~2013년 분식회계로 회사 재무 상태를 속여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지원되는 정부융자금과 금융권 대출 800억여 원을 받아 내고 250억 원가량의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성 전 회장은 검찰 수사 초기부터 ‘억울하다’는 말을 반복해왔는데, 그가 사망했다고 해서 지금 수사를 종결한다면 그를 더 억울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겁니다. 더구나 그가 김기춘 씨와 허태열 씨 등 대통령 측근들에게 거금을
전달했다고 한 만큼 이 부분도 수사해야 합니다. 김 씨와 허 씨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니 더욱 수사할 필요가
있겠지요. ‘죽기 직전에는 진실을 말한다’는 얘기도 있고, 몇 시간 후면 죽을 성 전 회장이 굳이 없는 일을
지어냈을까 하는 의문도 들기 때문입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8일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이 아니라 MB 정권의
피해자이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박근혜 후보를 도왔다"고 주장했는데, 김기춘 씨와 허태열 씨에게 현금을
제공한 게 사실이라면 그의 주장이 맞는 것이지요.
성완종 씨가 어떻게든 억울함을 견뎌내어 진실을 알려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분은 이미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으니 검찰에서라도 진실을 밝혀주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수사를 종결하는 일이 많았지만 그건 옳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리 잘못했어도 죽으면 벌을 피할 수 있다는 믿음을 퍼뜨리게 되니까요. 더구나 성 씨의 경우는 본인이 시종일관 억울함을 호소했으니 더 열심히 수사하여 이분이 정말 억울하게 혐의를 쓴 것인지 밝혀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이 나라에서, 초등학교 4학년 학력으로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회사를 일구고 국회의원이 되었던 성완종 씨, 그의 명복을 빌며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성 씨가 경향신문과 가졌던 인터뷰 기사는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4100600155&code=9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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