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신촌 메가박스에서(2015년 4월 18일)

divicom 2015. 4. 18. 09:56

어젠 오랜만에 '수양딸'과 함께 극장에 갔습니다. 신촌역 부근 메가박스에서 찰리 채플린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를 보았는데 얼마나 재미있는지 시종일관 웃었습니다. 물론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등의 텔레비전 개그 프로그램이나 소위 '웃음 코드'라는 걸 억지로 집어넣는 영화들이 제공하는 웃음과는 다른 '자연스러운' 웃음이었습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핍박받는 이발사 역과, 유대인들을 박해하는 독재자 역을 넘나드는 채플린의 모습을 보니 '저 사람은 천재!'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1940년에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 게다가 채플린이 처음으로 만든 유성영화라니,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탄의 끝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천재가 태어날 텐데 타고난 천재성을 발현해보지도 못하고 살다 죽지 않을까...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저렇게를 강요하는 어머니들때문에 얼마나 많은 천재가 낭비될까... 우리나라에는 그 어느 나라보다 그런 천재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니 씁쓸했습니다.


입구를 분홍색 하트로 장식한 메가박스 8관에서 '위대한 독재자'를 본 관객은 겨우 4명이었습니다. 영화는 좋았지만 소리가 너무 커서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습니다. 손님이 너무 적어서 영화 사운드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원래 메가박스에서 하는 영화는 모두 다 그렇게 큰 소리로 상영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음량 속에 두어 시간 앉아 있으면 귀의 건강이 손상될 게 뻔했습니다. 휴지를 말아 양쪽 귀를 막고 보았는데도 소리가 커서 괴로웠으니까요.


어려서부터 이어폰을 자주 사용하고, 아버지 어머니가 큰소리를 자주 내는 집 아이들은 청력에 손상을 입고 점점 더 큰소리를 원하게 됩니다. 어쩌면 메가박스가 그렇게 큰소리로 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청력 손상 관객들 때문인지 모릅니다.


그동안 영화는 주로 이화대학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보았는데, 그곳에서 제공하는 음량이 귀를 괴롭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다음부터는 모모에서만 영화를 보아야 할까요?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