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한국일보에서 신혼부부가 함께 살 집을 구하지 못해 별거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각자 부모님 집으로 가서 산다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주말에 만나 함께 모텔로 가서 일주일 동안 나누지 못한 사랑을 나누는 걸까요?
서울의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그렇다는 건데... 글쎄요... 그렇게 방법이 없을까요? 혹시 결혼하면 아파트에서 신접살림을 차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신혼부부의 동거를 막는 것 아닐까요? 마치 대학을 나왔으면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소위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몇 년씩 '취업 재수'를 하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사실 부모님의 집에 얹혀 살면 여러 가지로 편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쓸 필요도 없고,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부모님이 비위를 맞춰 주시니 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 든 부모님들도 대개 자녀와 함께 사는 걸 좋아합니다. 늙은 부부만 있으면 분위기도 가라앉는데 젊은 자녀가 있으면 집안에 생기가 돕니다. 더구나 요즘은
자녀가 한두 명이니 다 키운 자녀가 함께 살아도 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결혼은 그런게 아닙니다. 결혼은 왜 합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고 싫어서 하는 게 결혼 아닙니까? 결혼해서 주말부부가 되어 하는 수 없이 떨어져 산다면 몰라도 함께 살 '집'이 없어서 별거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머리를 활짝 열고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세요. 다세대주택도 있고 단독주택 한쪽에서 세입자를 기다리는
방도 있습니다. 저도 남의 집 이층 작은 공간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습니다. 맞벌이를 하는데 '집'이 작으니 청소할 공간도 적고 좋았습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집에서 나가 산다는데 우리나라엔 '캥거루 족'이 너무 많습니다. 결혼하기 전엔 그렇다쳐도, 결혼 후 한 집에서 부부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도 아니고 각자 부모님 집에 가 별거한다는 건 '사랑하는 아내(남편)와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이 부족하거나. 시야가 좁거나, 부모 의존적인 게 아닐까요?
부모집에 얹혀 사는 사람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성인'이 되지 못합니다. 부모를 벗어나야 성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아파트만 집이 아닙니다. 크든 작든, 아파트든 아니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 그곳이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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