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홍준표의 무상급식과 노인 복지(2015년 4월 8일)

divicom 2015. 4. 8. 09:19

서울 충암고의 급식 사건을 보고도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무상급식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제 도청에서 열린 ·국장 회의에서 '무상급식은 낭비이고 진정한 복지는 어르신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니까요. 언뜻 들으면 옳은 말 같지만 이런 말이야말로 정치적 발언입니다. 


학생들에겐 투표권이 없지만 노인에겐 있습니다. 그러나 머리 좋은 홍 지사가 그렇게 말할 리는 없습니다. '진정한 복지는 홀로 어렵게 사는' 노인들을 돕는 거라고 하겠지요. 


무상급식을 하는 것과 노인들을 돕는 것,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 그것이 정치입니다. 정부 예산에는 다양한 항목이 있습니다. 무상급식과 노인 복지, 모두 다 할 수 있습니다. 무상급식을 하면 노인들을 도울 수 없는 것처럼 말해 노인들로 하여금 무상급식을 반대하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치적인 술수입니다. 순진한 

노인들과 곧 노인이 될 중년들까지 그런 말에 속아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걸 보면 참으로 우습고 한심합니다.


홍 지사의 발언 같은 말을 양산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세대간의 반목이 심합니다. 젊은이들은 노인들 살리느라 아이와 젊은이가 죽겠다고 하고, 노인들은 아이들만 챙긴다고 불평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아니었던 노인이 없고, 노인이 되지 않을 젊은이도 없습니다. 젊은이와 노인은 서로의 과거이고 미래입니다.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홍 지사처럼 저도 예순이 넘었습니다. 법적으로 예순다섯 살이면 '어르신'이니 그와 저도 곧 '어르신'이 됩니다. 

홍 지사를 비롯한 정치꾼들이 호도하는 것처럼 정부 예산을 아이나 노인 한쪽에만 써야 한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으니 그들의 인생은 아직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노인의 삶은 노인의 것입니다. 노인이 될 때까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로 살아볼 기회가 있었던 

것이지요. 살기 힘든 노인들 중에는 정부가 제공하는 도움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는 분들이 있지만,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의 터전을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면 복지는 '최소한'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홍 지사는  "쪽방에서 근근이 생활하는 어르신들독거노인 등을 도와주는 게 진짜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복지"라고 했다니, 마치 그분들을 아무도 돕지 않는 것 같지만 그분들을 돕는 복지도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홍 지사가 말하는 노인 복지를 늘리려면 무상급식을 없애지 말고 노인들 모두에게 주어지는 '눈 먼 복지 혜택'을 

조정해야 합니다. 나이 든 사람이면 누구나 지하철을 공짜로 타게 되어 있는 것, 나이든 사람은 누구나 용돈을 받는 것, 이런 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한 달에 천만 원이 넘는 월세를 받아 챙기는 노인들이 지하철 무임승차를 하는 한 노인 복지가 제대로 될 수 없을 겁니다.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없애자고 하면 정치인들이 펄쩍 뜁니다. 

성난 노인들이 표를 주지 않을 테니까요. 


저를 비롯한 노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머리 좋은 정치인들의 감언이설에 현혹되어 표를 주면 안 됩니다.

굶어 죽을지언정 아이들 것은 뺏어 먹지 않겠다는 어른다운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그러면 세대간의 반목도 줄어들 겁니다.


이 세상이 이렇게 악화된 건 머리 좋은 사람들이 공익보다 사익을 위해 좋은 머리를 쓰기 때문입니다. 노인들에게 부탁합니다. 제발 머리 좋은 홍 지사의 말 속 정치를 읽어내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