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주도에서 열린 한라산신제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산신제 제관직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보도를 보니 웃음이 나옵니다. 우리는 왜 이명박 씨와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도 여전히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요? 투표를 잘못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줄 사례가 아직 더 필요한 걸까요?
원 지사는 어제 오전 한라산신제가 열리는 제주시 아라동 산천단 제단에 20여분 늦게 도착하여 “제주의 전통 양식인 한라산신제 원래의 모습을 더 발굴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과 연구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제복을 입고 절을 올리는 초헌관 역할은 하지 않았고 박정하 정무부지사가 대신 제를 집전했다고 합니다.
제주도민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탐라국 시대부터 이어져온 전통 제례행사인 한라산신제는 일제강점기 때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중단되었으나 주민들에 의해 유지되었고, 2009년부터는 제주도가 행사에 참여했으며
2011년엔 한라산신제단이 제주도 지정 기념물이 됐다고 합니다.
2012년에는 제주도 한라산신제 봉행위원회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도지사가 당연직 초헌관이 되었고,
김태환 전 제주지사와 우근민 전 제주지사도 한라산신제, 건시대제(탐라국 시조에게 도민 안녕을 기원하는 유교식 제례) 등의 제례를 집전했다고 합니다.
원희룡 지사가 기독교 신자라는 이유로 유교식 제례 집전을 거부한다는 말을 들으니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대학교를 나온 똑똑한 사람인데 무슨 공부가 부족하냐고요?
종교가 무엇인지, 신자가 무엇인지도 공부해야 하지만 도지사가 무엇 하는 자리인지도 공부해야 합니다.
원 지사는 작년 10월에는 ‘전국체전 성공기원 한라산신제’에서, 12월에는 건시대제에서도 초헌관 노릇을
거부했다고 하는데, 도지사는 도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도민을 위한 의식을 집전하는 것은 도지사의
책무 중 하나입니다. 그 일을 수행할 수 없다면 도지사 자리를 내놓으면 됩니다.
원 지사의 처신을 두고 '종교의 자유' 운운 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는데 진짜 기독교 신자들이라면 부끄러워 할
일입니다. 종교를 갖는 것은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인데 종교의 신자가 되어 오히려 편협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원 지사 같은 사람이겠지요. 아니, 한국인에게 유교적 전통은 종교가 아니라 생활이라는 것을 모르니 그냥
무지하다고 해야 할까요?
작년 6월 원희룡 씨를 제주도지사로 선택한 제주도민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제주도
주민이든 서울시민이든 정신 바싹 차려야겠습니다. 한때 '대권도전'을 외치던 원희룡 씨이니 또 다시 큰 꿈을
꿀지 모릅니다. 우리는 이미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했던 이명박 씨를 알고 있습니다. 다시는 '봉헌'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투표 좀 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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