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한 미국대사 피습과 웬디 셔먼(2015년 3월 7일)

divicom 2015. 3. 7. 12:45

지난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게 칼을 휘두른 김기종 우리마당 지킴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정부와 모든 언론은 한국과 미국의 '우정'에 금이 가지나 않을까 김씨를 소리 높여 비난합니다. 일각에서는 리퍼트 대사가 미국 해군 특전단 네이비실(Navy Seal)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김씨의 공격에 기민하게 대처했다고 칭송합니다. 


김기종 씨의 폭력적 행동과 미 국무부 정무차관 웬디 셔먼의 발언을 연결짓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이 두 사건 사이의 시간 차이는 미미합니다. 


셔먼은 현지 시각 2월 27일 워싱턴의 케네디국제평화재단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과거사는 한·중·일 3국 모두가 책임이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여 아직도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을 편들었습니다.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한 것에 대해 누군가가 그 '과거사는 나치 독일과 유대인 양편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유대계 명문가 출신인 셔먼은 뭐라고 할까요? 


더구나 셔먼은 사회생활을 사회복지, 여성 권리 증진 등의 분야에서 시작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일본제국주의가 한국과 한국의 여성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뻔히 알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미국이 한국을 그만큼 우습게 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난이 쏟아지자 미 국무부는 '한미간의 혈맹 관계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특정한 국가를 염두에 두고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다'는 식으로 무마하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그래, 그러니 셔먼의 발언을 잊어버리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미국이 한국 최고의 친구라고 믿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미국 정부와 정치인들, 외교관들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우리 정치인과 외교관들 중엔 나라보다 자기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미국의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 나라의 이익을 먼저 추구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미국대사관에서 4년 3개월 동안 일한 경험이 이 생각의 근거가 되었겠지요.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제 나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그를 위해 때로는 무식한 행동이나 발언을 하는 건 지극히 애국적인 처사입니다. 셔먼은 그런 면에서 자기 나라에 이익이 되는 발언을 한 것이겠지요. 이상한 것은 우리나라 정부, 정치인들, 외교관들입니다. 셔먼에 대한 비난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습니다. 김기종 씨의 미 대사 피습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일어났습니다. 


미국 정부는 김기종 씨의 행동이 한 '미친' 개인의 '일탈'이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실용적 외교를 추구하는 만큼 이 사건을 어떻게 이용해야 자국의 이익에 부합될까 계산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살기가 힘들다고 하는 국민이 많은 요즘입니다. 김기종 씨의 폭력이 우리나라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간은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빨리 흐릅니다. 지금 한미 양국 사이의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이 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아래 글을 참고 삼아 읽어 보는 것도 좋겠지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87105&PAGE_CD=N0004&CMPT_CD=E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