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tbs(FM95.1 Mhz)에서 '즐거운 산책'을 시작한 이래 오늘 방송처럼 힘든 방송은 없었습니다. 돌아오지 못하는 세월호의 승객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각나 자꾸 목이 메었습니다. 평소에 '즐거운 산책'을 구성하던 코너들 중 '영화 읽기' '미술관 옆 공연장' '걷고 싶은 길' 대신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틀어드렸습니다.
첫 노래는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에 나오는 아리아 '울게 하소서'로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음성으로 들었고, 이어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임을 위한 행진곡', 리처드 막스의 'Right here waiting',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남 몰래 흐르는 눈물(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아리아)', 바브라 스트라이전드의 'The way we were', 이소라 씨의 '제발', 이승철 씨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이동원 씨의 '귀천'을 들었습니다.
3, 4부는 김수철 씨의 '못 다 핀 꽃 한 송이'로 시작하여 안드레아 보첼리의 'Ave Maria' 밥 딜런의 'Knocking on heaven's door', 김민기 씨의 '친구', 브라더스 포의 'Seven Daffodils'로 이어지다 바리톤 송기창 씨의 '내 영혼 바람되어'로 끝을 맺었습니다.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께 아무런 도움도 드리지 못하고 음악이나 틀어드리는가 생각하니 새삼 부끄럽고 가슴 아파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진도에 계신 분들은 오늘 방송을 못 들으셨겠지만, 서울 주변에서 저처럼 무력감을 느끼고 계신 분들을 아주 조금이나마 위로했기를 바랍니다. 저처럼 눈물을 흘린 분이 계시면 더 좋겠지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웃음'만을 추구해왔습니다. 우리를 맑히우는 건 '눈물'인데... 어쩌면 세월호의 침몰과 같은 비극이 일어난 것은 '눈물'을 거부해온 우리에게 내린 벌일지 모릅니다. 아래에 '즐거운 산책'의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지구'를 옮겨둡니다.
지구
지구에서 수십 년 동안 살고 있지만
지구에 대해 아는 게 없습니다.
내일 모레가 ‘지구의 날’이라니
지구에 대해 찾아봅니다.
나이는 약 45억 년,
태양에서 세 번째로 가까운 별,
적어도 17억 년 쯤 더 인류의 집 노릇을 해줄
아름다운 파란 별...
지금 지구별의 인구는 72억 명,
2050년에는 92억 명이 될 거라고 합니다.
인구가 늘면 지구의 무게도 무거워질까요? 아닙니다.
엄청난 양의 수소와 헬륨이 해마다 사라져
지구는 매년 약 5만 톤씩 가벼워진다고 합니다.
72억 명 지구인 대부분은 지구를 괴롭힙니다.
온갖 화학물질로 대기와 물과 땅을 오염시키고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의 가슴을 파헤치며
편리를 핑계로 핵발전소를 짓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구는 어머니를 닮았습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감싸주는 어머니,
가진 것 모두를 아이들에게 주고 나이들수록 가벼워지는 어머니...
그래서 지구를 ‘어머니 지구’라 부르나 봅니다.
‘어버이날’ 하루 어머니 은혜를 생각하는 불효자들처럼
4월 22일 ‘지구의 날’ 하루만이라도 지구의 사랑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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