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오고 긴 연휴가 시작되었지만 마음은 오늘 하늘 같습니다. 아직도 진도 앞바다에 머물 60여 명의 세월호 실종자들을 생각하면 '오월이 오면 뭐하나, 연휴가 길면 뭐하나' 우울합니다.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95.1MHz)'에서도 희생자들을 생각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첫 노래는 바리톤 최현수 씨의 '그대 있음에'였고 마지막 노래는 김태곤 씨의 '송학사'였습니다. 글쎄요, 어딘가 호젓한 절간 뒷마당을 걸으며 그늘에 음전한 이끼를 보면 마음이 좀 평화로워질까요?
봄을 열어준 꽃들은 지고 다른 꽃들이 피어납니다. 죽음은 삶에서 나오고 삶은 죽음에서 나오니 지구는, 아니 우주는 참 신비롭습니다. '오늘의 노래'로는 Pete Seeger의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을 듣고,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는 긴 여정 끝에 세상에 나온 '나비'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가슴에 단 '나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래에 '나비' 원고를 옮겨둡니다.
나비
봄은 개나리 꽃잎에서 깨어나
노랑나비 날개에서 반짝이지만
올 봄 나비는 날개도 없이
사람들의 가슴에 앉았습니다.
개나리 노랑은
겨울을 이겨낸 꽃이 부르는 승리의 노래지만
가슴에 앉은 나비는
돌아오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는 한숨입니다.
어린 시절 나비를 쫓는 아이들을 만류하시던
할머니가 떠오릅니다.
“나비는 어려서 죽은 사람의 영혼이니 괴롭히면 안 된다”고 하셨지요.
알로 태어나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된 나비는 길어야 일 년을 살지만
나비의 화석 중엔 4,5천만년 된 것도 있다고 합니다.
진도 앞바다 세월호의 젊은이들,
그들의 영혼도 나비가 되어 기다리는 사람들 곁으로 날아올까요?
나비가 되어도 좋고 꽃이 되어도 좋으니
우리 가슴마다 지워지지 않는 화석으로 남아주길 바랍니다.
그들을 죽음에 몰아넣은 비겁한 어른들이 평생 부끄러움 속에 살아가며,
살아있는 것이 죽은 것만 못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살아남은 자들을 일깨워주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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