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헌절입니다. '법의 날' 전두환 전 대통령 집에서 이루어진 요란한 법 집행 기사를 읽으니 마음이 착잡합니다.
어제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수사관 등이 전두환 씨네 집과 큰 아들 사업체를 압수수색하고 소유품을 압류했다고 합니다. 그 기사가 실린 신문의 다른 면엔 <한국일보> 기자들이 어제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의 검찰 출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장 회장은 자신의 개인 빚 200억 원을 탕감 받기 위해 한국일보 신사옥 일부의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혐의(배임)로 한국일보 노조에 의해 고발당했는데,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얼굴 피부의 두께를 재면 전두환 씨나 장재구 씨나 비슷하게 두꺼울 것 같습니다.
이 두 기사를 읽다 보면 마음속에서 무수한 물음표들이 일어섭니다. 왜 검찰은 전두환 씨네 집을 좀 더 일찍 압수수색하고 재산을 압류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이미 어딘가 찾아낼 수 없는 곳에 꽁꽁 숨겨둔 것 아닐까? 금고를 찾으려 금속탐지기를 동원하고 침실과 지하 물탱크까지 뒤졌다는데, 왜 마당은 파보지 않는 걸까? 노조가 장재구 씨를 고발한 게 4월인데 왜 아직까지 저렇게 놓아두는 것일까? 전두환 씨의 경우처럼 한겨레신문 같은 곳이 나서서 국민적 캠페인이라고 벌여야 할까?
법조계 일각에선 지금이라도 전두환 씨네를 압수수색했으니 다행이라고들 한다지만 일반 시민이었어도 이렇게 오랫동안 추징과 압류를 미뤘을까 생각하니 이 나라의 법과 검찰을 비롯한 법 집행기관들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습니다. 순진한 시민들은 전두환 씨네 집을 압수수색한 것이 ‘민주주의의 쾌거’라도 되는 듯 기뻐하지만, 아직 기뻐하기엔 이릅니다. 이 요란한 법 집행이 전씨 일가를 오히려 자유롭게 할지도 모르니까요. 아직은 눈 크게 뜨고 검찰이 하는 양을 지켜보아야 합니다.
참, 오늘은 제헌절, 우선 태극기부터 거시지요.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나라의 정치사회적 키가 경제적 키에 한참 못 미치는 불균형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래도 식민지 시절보단 나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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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바로세우기위원회(한바위)에서 보내준 이메일을 보니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오늘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아래는 한바위에서 보내준 이메일의 일부입니다.
한국일보 관련 소식들 몇 가지 모았습니다. 장재구 회장이 17일 검찰에 소환됐고, 하루 전날인 16일에는 인기 소설사 공지영씨가 광화문에서 한국일보 관련 1인 시위를 했습니다. 16일에는 또 환경노동위원회와 교육문화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한국일보 편집국을 방문해 국회 차원에서 한국일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맨 마지막에 있는 ‘오늘도 배달된 한국일보는 짝퉁이었다’는 작가 원재훈씨가 쓴 글입니다.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 200억 배임 혐의 검찰 소환 조사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권순범 부장검사)는 17일 오전 한국일보 노조가 배임혐의로 고발한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66)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노조는 2006년 한국일보 사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2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장재구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장 회장을 상대로 사옥 매각 과정에서 우선매수청구권 포기하게된 경위와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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