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2013년 8월 6일)

divicom 2013. 8. 6. 23:36

어제 청와대 비서진이 개편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겨우 5개월 만입니다. 비서들의 우두머리인 비서실장이 김기춘 씨라는 보도를 보니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그이가 누구입니까? 박정희 대통령이 영구집권을 위해 헌법을 개정, 소위 유신헌법을 만든 1970년대 초 그것을 돕고 그것이 이 나라에 가장 '알맞은'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가져올 거라고 한 사람입니다. 그로부터 20년 후에는 14대 대선을 사흘 앞두고 '초원복집'이라는 식당에서 여당 후보의 불법선거 지원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에는 국회 법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고,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에서 소추위원을 했으며, 17대 국회의원이던 2006년 12월2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노 대통령은) 사이코다. 자기 감정도 조절하지 못하고 자제력이 없다. … 그러니 나라가 이 꼬라지지.”라며 비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표적 공안검사였던 김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되자,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과거에 많은 공작정치를 한 사람으로서 엄중한 정국 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논평했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유신 시절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 유신공안의 추억, 한여름 납량특집 인사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 실장은 임명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날 정부와 국회에서 경험한 국정경험과 의정경험을 되살려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계신 대통령의 국정구상과 국정철학이 차질 없이 구현되도록 미력이나마 성심성의껏 보필할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일흔 넘은 분이 '미력이나마... 보필할 각오' 운운 하시니 요즘 젊은이들 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아는 효녀인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충신'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나라를 위해서는 참으로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박 대통령 취임 후 '시계가 거꾸로 간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번 인사가 그런 비난에 무게를 실어줄 게 틀림없으니까요. '시계는 거꾸로 가도 시간은 앞으로 흘러 역사는 전진한다'는 의지의 낙관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