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권이 하는 ‘짓’을 보고 있으면 나라를 초등학교 교실쯤으로, 국민을 초등학교 2,3학년 정도로 취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들으면 서운해 하겠지만 그 나이에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뜻) 발언을 하자, 청와대는 이 발언을 현 정부의 정당성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한 것"이라며 국민과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했지만, 이 일로 사과 받기를 원하는 국민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국민이 더 궁금해 하는 건 소리를 내야할 사안에 대해 늘 침묵하던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렇게 빨리 기자회견까지 자청한 이유가 아닐까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원수 개인에 대한 직접적 명예훼손 및 모독이자 국민에 대한 모독으로 정치인으로서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하고, 최경환 원내대표도 "전·현직 국가원수에 대해 모욕을 넘어 저주하는 내용의 얘기를 했다"며 "절대 묵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하니, 청와대와 새누리당 사람들은 누가 더 강한 표현으로 홍익표 대변인을 비판할 수 있나 내기라도 하고 있는 걸까요?
새누리당은 예정됐던 주요 원내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민주당과 홍 대변인에 대해서는 "사과의 주체와 대상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를 받아들일지는 오늘 논의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참, 홍 대변인은 어제(12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대변인 직에서 사퇴했습니다. 그는 이번에 처음 국회의원이 된 초선의원입니다. 이번 일로 정치판이 어떤 곳인지 잘 배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한겨레신문은, 홍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선 데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와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빠르고 강도 높게 대응함으로써, 지난 대통령선거를 통한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과 이에 따른 '청와대 책임론'을 희석하는 효과를 거두려고 한다는 겁니다.
국정원은 정치 개입 논란이 거세어지자,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과의 2007년 정상회담에서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한 가지 문제가 드러날 때 그 문제를 정직하고 당당하게 대처하기보다 다른 주장으로 덮으려는 정치적 시도를 한 것이지요. 이런 판국에 야당의 초선의원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는, 책에서 읽은 표현으로 빌미를 제공하자 옳다구나 하고 목소리를 높인 겁니다.
야당과 국민이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게 하고 싶으면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을 확실하게 수사하여, 현 대통령이 국정원의 도움으로 당선된 게 아니라는 것을 밝히면 됩니다. 그 사안과 아무 관계도 없는 NLL 발언이나 ‘귀태’ 발언으로 정치판을 덮어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해서 모르는 건 아닙니다. 국민이 침묵한다고 해서 국민이 바보는 아닙니다. 침묵하며 지켜보는 국민의 분노가 언제 끓어 넘칠지 모릅니다. 새누리당은 국민을 무시하지 말고 제 할 일을 하기 바랍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촛불집회 (2013년 7월 29일) (0) | 2013.07.30 |
---|---|
전두환 일가 압수수색(2013년 7월 17일) (0) | 2013.07.17 |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께(2013년 6월 19일) (0) | 2013.06.19 |
경찰의 자살 (2013년 6월 6일) (0) | 2013.06.06 |
서울대 출신 ‘마피아'(2013년 6월 5일) (0) | 2013.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