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tbs '즐거운 산책'의 '들여다보기'에서는 '딸기'에 대해 생각해보고, '오늘의 노래'로는 ‘모란동백’을 들었습니다. 봄꽃이 피기 전 과일가게에 피어 눈을 즐겁게 하던 딸기가 봄꽃이 화려해지니 점차 사라지는 듯합니다. 딸기를 들여다 보면 그 한 알 한 알 속에 도사린 우주가 보입니다. 그 우주가 거울 되어 우리의 삶을 비춥니다.
딸기
여름이 수박의 계절이듯 봄은 딸기의 계절입니다.
봄꽃이 피기 전 도시에선 딸기가 꽃 노릇을 합니다.
붉은 살에 박힌 노랗고 푸른 씨가 별 같기도 하고 깨 같기도 합니다.
겨울에 비닐하우스에서 나오는 딸기는 크기도 크고 윤기도 흐르지만,
값이 값인지라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고
4월이 되어야 딸기를 맛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이 눈길을 끌 듯
빛깔 곱고 향기로운 딸기들을
못 본 척 지나치긴 힘이 듭니다.
딸기는 어떤 과일보다 명이 짧으니, 그것도 미인을 닮았습니다.
딸기 맛을 오래 즐기려면 잼으로 만드는 게 제일입니다.
저녁나절 시장에 가, 팔다 남은 딸기를 떨이해 돌아올 땐 가슴이 뿌듯합니다.
딸기잼이 되어 가는 동안 집안엔 향내가 가득 찹니다.
딸기잼은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야 맛있습니다.
딸기와 설탕을 사오는 사람, 딸기를 씻어 꼭지를 따는 사람,
씻어둔 딸기를 오며가며 먹는 사람,
딸기잼 만들기에서 빠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4월과 함께 딸기도 사라집니다.
4월이 가기 전에 딸기잼을 만들어 보시면 어떨까요.
딸기만큼 어여쁜 가족의 얼굴,
별 같고 꽃 같은 그 얼굴들과
먼 훗날에도 여전히 향기로울 추억 하나 만들어 보시지요.
오늘의 노래: ‘모란동백’ -- 이제하 작곡, 작사, 노래.
이제하 선생의 노래로 듣고 싶었지만 방송국에 음원이 없어 조영남 씨의 노래로 들었습니다..
이제하 씨는 소설집 7권, 시집 2권, 동화책 2권, 소묘집 1권, 영화칼럼집 2권을 낸 작가. 그림 전시회도 세 번 열었고, 자신의 독특한 필체로 한글과 한자 폰트도 만들어 낸 예술가. 1998년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 9곡을 포함하여 12곡을 노래하여 CD를 냄. 이 CD에 담겨있는 노래 “모란동백”은 조영남을 비롯한 여러 가수들이 리메이크해서 지금은 많은 사람이 애창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 먼 산에 뻐꾸기 울면 /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 꿈속에 찾아오네 /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 어느 나무 그늘에 /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 들녘에 눈이 내리면 /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 꿈속에 웃고 오네 / 세상은 바람 불고 덧 없어라 /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 어느 모래 벌에 /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 나를 잊지 말아요 /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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