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FM(95.1Mhz)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이끼'와 '고향의 봄'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봄꽃축제에 참가하러 여의도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니, 저 사람들 마음 속마다 봄이 있겠구나,
그 봄으로 갈 수 없으니 갈 수 있는 곳으로 모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향의 봄'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아는 노래입니다. 작은 모국을 떠나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시시때때로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겠지요. 그럴 때면 고향의 봄'을 부르며 위로하고
위로받을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카네기홀에서 부른 '고향의 봄'을
틀어드렸습니다만, 누가 부른 '고향의 봄'이든 꼭 한 번 들어보시지요. 남의 노래를 들을 수 없으면
스스로 부르며 '고향의 봄'을 떠올려도 좋겠지요.
아래의 글은 '즐거운 산책'의 한 코너인 '김흥숙의 들여다보기'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끼
봄은 꽃과 나무와 명랑한 여인의 옷차림에만 오는 것이 아니라
외로운 아이에게도 찾아옵니다.
초등학교 일학년 때 선생님이 ‘봄’을 그려오라고 하셨습니다.
요즘도 이런 숙제를 내는 선생님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봄’을 그리는 건 사과나 장미를 그리는 것과는 사뭇 다르니까요.
그때 저희 집 마당 한쪽엔 꽃밭이 있고,
꽃밭 가장자리엔 크고 작은 바위들이 있었습니다.
봄이 오니 그 바위에 푸릇푸릇 부드러운 이끼가 피어났습니다.
저는 그 우단 같은 이끼가 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끼를 그려 학교에 가지고 갔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꽃과 나무를 그려왔습니다.
제 그림을 보고 ‘이게 뭐야?’하는 아이도 있고
말없이 쿡쿡 웃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가니 교실 뒷벽에 아이들이 그린 ‘봄’ 그림이 붙어 있는데
한가운데에 제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림 밑에 선생님이 손수 써 붙이신 쪽지가 보였습니다.
“정말 봄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오십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 한 줄의 사랑과 격려를
기억합니다. 김정례 선생님... 지금 우리 초등학교에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몇 분이나 될까요. 선생님 같은 분이 많으면 외로운 아이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겁니다. 그 아이가 노인이 되어도 마음속엔 늘 그해 그 봄이 생생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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