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FM(95.1 MHz)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신문과 나무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오늘 4월 7일은 '신문의 날'입니다. 대학졸업 한 달 전부터 12년간 신문기자로 살았습니다.
기자의 소임이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라는 건 자각하지 못했지만 '무엇이 진실인가'
'무엇이 옳은가' 생각하느라, 늘 마음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문득 기자로선 인정을 받지만 사람으로선 제가 원하던 모습이 아님을 깨닫고 신문사를
떠났습니다. 15개월 동안 세 권의 우리말 책을 영어로 번역하며 '기자의 때'를 벗고자 노력했습니다.
번역이 끝나자 연합통신(지금의 연합뉴스)에서 제의가 왔고, 국제국 해외부에서 다시 3년을 기자로
살았습니다. 기자로 산 15년 동안 세상을 넓고 깊이 볼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매스컴의 시대가 되었지만 진정한 '기자 정신'을 가진 기자가 몇이나 될까,
기사를 읽다가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기자(記者)는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고
신문은 바로 역사입니다. 신문을 읽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산책'의 '김흥숙의 들여다보기' 코너에서는 '나무'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그 내용을 여기 옮겨둡니다.
나무
엊그제 4월 5일은 식목일이었습니다.
‘심을 식(植)’자에 ‘나무 목(木)’이니 ‘나무를 심는’ 날입니다.
한자를 많이 아시는 분들 중엔 ‘목’은 ‘죽은 나무’를 뜻하니
‘산 나무’를 뜻하는 ‘수(樹)’를 써서 ‘식수일’이라고 해야 한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목’이든 ‘수’든, 저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 중, 나무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추억 속 풍경마다 나무가 있습니다.
지난 주 여든 아홉이 되신 아버지가 한창때, 뒷마당 나무에 사다리를 놓고
송충이를 잡으시던 일이 생각납니다. 연애 시절 나무에 기대어 서있던 그 사람의 모습이 좋아
지금껏 그 사람과 한방을 쓰고 있습니다.
불혹 넘어 들어간 직장이 맞지 않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숲으로 갔습니다.
나무 그늘에 한참 앉아 있다 보면 어떤 나뭇잎은 바위에 떨어지고 어떤 잎은 제 어깨에 떨어졌습니다.
나무와 바위와 제가 한식구가 되는 순간,
그 순간의 기쁨과 평화가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아낌없이 주기로는 나무를 따라갈 것이 없습니다. 멋진 풍경을 주고, 아름다운 꽃을 주고,
맛있는 열매를 주고, 지친 영혼과 육체가 쉴 수 있는 그늘을 주는 나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으뜸은 나무를 심는 일이 아닐까요?
나무는 내 땅, 남의 땅을 가리지 않으니, 내 땅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70억 인구의 백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만 나무를 심어도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살 만한 곳이 될 겁니다.
식목일은 지났지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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