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10

올림픽을 가져오는 나라 (2024년 7월 30일)

운동은 못하지만 남이 운동하는 걸 보는 건 좋아합니다.올림픽 경기처럼 세계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최선을다해 자신의 한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걸 보는 건 더더욱 좋아합니다. 텔레비전에서는 대개 우리나라 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만을중계합니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 여럿이 똑같은 경기를 중계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방송사끼리 미리 상의해서 양궁경기는 이 방송사가 중계하고 다른 방송사는 그 시간대에 하는 다른 경기를 중계하는 식으로 전파 낭비를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여러 방송이 같은 경기를 중계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한 방송사의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중계를 견디기 힘들 때채널을 돌리면 되니까요. 이 나라가 '연예공화국'이 되어서인지, 아나운서와 해설자들 중엔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기나 종목, ..

동행 2024.07.30

반갑다, 친구야! (2024년 7월 27일)

생전 울지 않던 냉장고가 올여름 들어 두 번이나흥건하게 눈물을 쏟았습니다. 이른 아침 무심히 냉장고 앞을 지나다 발이 물에 젖었을 때의 놀람, 그리고 신문지와 마른 걸레를 동원해 물을 닦아내는 수고... 불행은 아니지만 사람을 시험하는 불편입니다.  처음 그 일을 겪었을 때는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냉장고도 땀을 흘리나보다, 냉장고도 주인을닮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땀을 흘리지 않아 어머니로부터 "네가 사람이냐?"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던 제가  어느 날부터 땀 '쏟는'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곤 잊고 지냈는데 또다시 냉장고 앞 홍수를 겪었습니다. 헌 면 셔츠 출신 마른 걸레들과 모아두었던 신문지를 이용해 물을 닦으며 버리지 않으니 쓸 데가 있구나 좋아하기도 하고, 신문보다 신문지가 낫네? ..

동행 2024.07.27

김민기, 하늘 봉우리 (2024년 7월 24일)

오빠 또래였는데 스승이었습니다.대학 시절 대강당 채플시간에 연사로 온김민기 씨는 살아있는 신화였습니다.'아침이슬'을 부르는 몸 보이지 않는 곳에유신정권의 고문 흔적이 가득하다고친구들은 눈물을 떨궜습니다. 고문 흉터 없는 제 몸이 부끄러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변했습니다. 유신 반대 데모를 하던 사람들은 4.19 혁명을했던 사람들처럼 젊은 시절의 투쟁을자랑하며 술잔을 기율였습니다. 전두환 독재정부와 싸우던 386세대는뻔뻔한 정치가가 되거나 골프장 고객이되었습니다. 변하지 않은 사람은 오직 한 사람김민기 씨였는데 그가 지난 21일,이승을 떠났습니다.  가족에게 '고맙다,나는 할 만큼 다했다'라고 하셨다지요. 맞습니다, 스승이여,당신은 정말이지 할 만큼 다하셨습니다.당신과 동시대인이어서 감사하고...그..

동행 2024.07.24

조지 오웰의 충고: 미워하며 닮지 마! (2024년 7월 22일)

윌리엄 포크너의 를 읽은 후집어든 책은 조셉 콘래드 (Joseph Conrad)의 (Lord Jim)>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십 년 전 대학시절에산 페이퍼백의 쪽들이 자꾸 한 장씩 떨어지는 바람에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고른 책이 조지오웰 (George Orwell: 1903-1950)의 Farm)>입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무엇보다 책의 무게가 가벼워서이고두 번째 이유는 함께 있는 공간을 '동물농장'으로 만드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고 있습니다. 의 첫머리에서 수퇘지 메이저는 마노농장의다른 동물들에게 '인간은 적'이라는 주제로 연설하고그 결과 동물들이 반란을 일으켜 마노농장의 주인 존스 씨부부는 농장에서 도망칩니다. 메이저의 연설은 듣는 이의가슴을 뜨겁게..

동행 2024.07.22

레모니 스니켓의 죽음 넘어 사는 법 (2024년 7월 19일)

지난달에도 이 블로그에 인용한 적이 있지만,심신이 힘들 땐 단골 카페에 가서 미국 작가 레모니 스니켓 (Lemony Snicket)의사건의 연속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을 읽습니다. 요즘은 13권으로 구성된 연작 소설의 12권을 읽고 있습니다.  유머와 풍자와 촌철살인으로 가득한 그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혼자 웃고 울다 보면 다시 세상으로 복귀할 힘을 얻게 되니, 스니켓에게 참 감사합니다. 그는 저보다 열여섯 살이나 어리지만, 저보다 많은 것을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와 같은 문장이 그 증거입니다. ... one can remain alive long past disintegrationif one is unafraid of change, insatiable in i..

동행 2024.07.19

그림자놀이 (2024년 7월 16일)

창문을 열고 자니 새벽 다섯 시의소음이 한낮 같습니다. 누워서 빈둥거리느니일어나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PC 앞에 앉아 메일을 봅니다.10분 전에 아들이 보낸 파일이 와 있습니다.잘 받았다고, 어서 좀 자라고 답장을 씁니다.답장을 보고 엄마가 깨어 있다는 걸 안 아들에게서 문자가 옵니다.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하시겠느냐고.  아침 산책길 바람은 오후 바람과 달리서늘하고, 홍제천의 오리들은 몸늘림이잽니다. 다리 긴 아들 옆에서 종종걸음 치다 보니 문득 어제 카페에서 우연히 본 제 졸저 속의 시 하나가  떠오릅니다.  그림자놀이 그림자 둘이 손잡고 걸어갑니다큰 그림자의 다리는 길어 작은 그림자는 강아지마냥 종종댑니다그렇게 삼십 년이 흘렀습니다 큰 그림자는 작은 그림자가 되었습니다그림자놀이 힘들어 손 놓고 싶..

동행 2024.07.16

노년일기 222: 닮은 사람 (2024년 7월 13일)

올 여름 매미는 지난 여름 매미보다 며칠 일찍왔습니다. 5일 전쯤엔 참매미가 매앰, 맴 우는 소리가선물처럼 반갑더니 그 다음 날엔 말매미가 스~~미소를 자아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 모두를 매미라 하고 작년에 왔던 매미가 돌아왔다고 하지만, 겉모습이 닮았을 뿐 이 여름의 매미는 지난 여름의 매미가 아닙니다. 언젠가 이 세상엔 아주 닮은 사람들이 셋씩 있다는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즉 저와 닮은 사람 둘이어딘가에 있다는 것이지요. 대학 시절 음악대학에저와 꼭 닮은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그 사람을 만나보진 못했습니다. 그후 20여 년 지난 후 오랜 친구가 저와 닮은사람이 있다며 그이와 저를 만나게 해주었습니다.그이와 제가 어느 부분 닮았는지 꼭집어 말할 수는없었지만, 그는 독립운동가 정정화 선생의 손..

동행 2024.07.13

윌리엄 포크너의 문장들 4: 말, 말, 말 (2024년 7월 10일)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 있는가 하면, 말이 오히려 뜻을흐리는 경우도 있고, 말에 속아 분노하거나 슬퍼할 때도 있습니다.살기 위해, 혹은 이득을 위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도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 갈수록 드물어져당연한 '언행일치 (言行一致)'가 지고한 덕이 되었습니다. 윌리엄 포크너의 의중요한 인물 애디 (Addie)가 첫 아이를 낳았던 때를 생각하며아래 인용문과 같은 말을 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겠지요. "When he was born I knew that motherhood was inventedby someone who had to have a word for it because the onesthat had the children didn't care ..

오늘의 문장 2024.07.10

내가 들은 말 (2024년 7월 6일)

그 베이커리 카페에 자주 가는 이유는 제법 맛 좋은커피를 싼 값에 마시며 책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오늘은 제 또래거나 저보다 두어 살 위일남녀들이 목청껏 떠드는 바람에 부끄럽고 괴로웠습니다.어제 고 장영희 교수의 책 에서 발견한척 로퍼 (Chuck Roper)의 시로 귀를 씻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I Listen I listen to the trees, and they say:"Stand tall and yield. Be tolerant and flexible."....I listen to the sky, and it says:"Open up. Let go of the boundaries and barriers. Fly."I listen to the sun, and it says:"Nurt..

오늘의 문장 2024.07.06

윌리엄 포크너의 문장들 3: 하늘나라 (2024년 7월 3일)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들으면서운하겠지만, 이렇게 왜곡된 세상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건 바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움 없이 죽기 위해 가능한 한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죽음은순간의 일인데 그 순간의 평화를 위해 평생 정직, 근면하게살아야 한다니, 이 또한 삶의 아이러니이겠지요.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도 그런 생각을 했던것 같습니다. 에이런 문장이 있으니까요. 하늘나라에 가면 보상을받을 거라는 생각...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도 이런믿음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Nowhere in this sinful world can a honest, hard-workingman profit. ..

오늘의 문장 202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