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11

노년일기 227: 오은영 손수건! (2024년 8월 30일)

TV에 나오는 사람 중에 제가 제일 반가워하는 사람은오은영 박사입니다.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아이가 아이답게 자랄 수 없는 나라,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는 나라, 부부가 어떤 관계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부부가 되는나라에서 오 박사의 존재는 참으로 고맙습니다.  오 박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눈물을 흘리는 일이 흔합니다. 출연자가 울 때도있고 오 박사의 진행에 추임새를 넣는 패널들이울 때도 있습니다. 오 박사 자신의 눈이 젖을 때도있습니다. 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지만 그들각자를 울게 한 이유는 다 다를 테니 눈물의 성분또한 다르겠지요. 미국 사진작가 로즈-린 피셔 (Rose-Lynn Fisher)의 '눈물의 지형 (Topography of Tear..

나의 이야기 2024.08.30

헌 책 친구 40년 (2024년 8월 27일)

우연히 인터넷 바다에서 2019년 가을 한국국제교류재단 계간지 '코리아나 Koreana'에 썼던글을 만났습니다. 근 5년 만에 뵌 청계천헌책방 서문서점의 정병호 선생님...선생님, 안녕하시지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코리아나' 웹진으로 연결됩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Korea Foundation)은 외교부 산하 기관으로 '코리아나'는 10여 개 언어로 발행되어 전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도구로 쓰입니다. https://www.koreana.or.kr/koreana/na/ntt/selectNttInfo.do?nttSn=52111&bbsId=1130 헌책과 이어 온 40년 인연정보와 지식이 책보다 인터넷이나 SNS로 유통되는 세상에서 비좁은 책방에 헌책을 잔뜩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40년째 ..

Koreana 2024.08.27

노년일기 226: 늙은 애인 (2024년 8월 25일)

저의 노화도 낯설 때가 있지만 애인의 노화는더더욱 낯섭니다. 때로는 처음 보는 노인 같을때도 있습니다. 누구세요?  제 안에서 생겨나는 물음표들이 그의 안에서도생겨날 겁니다. 가끔 그가 낯선 눈으로 저를 보며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바로 그래서일 겁니다.  그와 제가 이렇게 바래가면서도 우리로 남아 있는 건우리 안에 변하지 않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겠지요.그건 아마도 우리를 우리로 만든 시선일 겁니다.  1976년 어느 봄날 처음 주고받았던  그 시선...우리의 세상이 나뉜 후에도 여전히 우리 안에남아 있을 그 시선... 그 늙지 않는 시선! 아이고...

나의 이야기 2024.08.25

매미는 엄마처럼 (2024년 8월 21일)

내일이 '처서'이니 더위도 여름도 끝자락이겠구나 생각했지만, 어제도 매미는 매앰~맴, 쓰... 뒷산을흔들었습니다. 오늘 새벽은 번쩍번쩍 쿠르릉 쾅! 딱! 시끄러웠습니다.천둥과 벼락이 어찌나 요란한지 대기만이 아니라대지까지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매미 소리는 바랜 나뭇잎처럼,1월의 어머니처럼 미약합니다. 뒷산 전체를 흔들던매미의 패기는 새벽 노성벽력에 꺼져가는 촛불이 되었습니다. '물 찬 제비' 같던 우리 어머니의마지막 한 달을 닮았습니다. '머리가 그게 뭐니? 염색 좀 하지?'  기세등등하시던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내가 우는 한 아무도잠잘 수 없다!'는 듯 온 산을 울리던 매미 울음이듣고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wbdzarEoNg

나의 이야기 2024.08.21

노년일기 225: 버섯 농사 (2024년 8월 18일)

한국에는 약 1,900여 종의 버섯이 서식하는데그중 400여 가지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식용버섯은 대개 색깔이 화려하지 않고세로로 잘 찢어지며 벌레가 먹은 것들이라고합니다.  저는 버섯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지만 언제부턴가버섯을 키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버섯은 얼굴,손등, 팔 등 아무 곳에서나 자라는데, 그 시작은 대개 핑크와 자주를 섞어 찍은 마침표 같은 점입니다. 점은 며칠 지나면 연갈색이 됩니다. 핑크자주 점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흐르다 지친 피로구나, 나는 사느라 지치고내 몸의 피는 흐르다 지치는구나, 검버섯은피의 무덤이구나, 검버섯이 자꾸 생가다보면내 몸이 나의 무덤이 되겠구나...  그러다 또 생각했습니다. 표고버섯, 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먹을 줄만알고 키울 줄은 몰랐더니..

나의 이야기 2024.08.18

'광복'은 멀어라... (2024년 8월 15일)

광복절 아침, 태극기를 걸며 생각합니다.일제에 빼앗겼던 주권은 79년 전에 도로 찾았지만이 나라는 아직 '광복'하지 못했구나. 한국의 근세사가 정치를 벗어나 학문적 논쟁을 통해진실에 수렴되는 것을 언젠간 볼 수 있을까... 일제를 벗어난 후 한동안은 주권을 가진 사람들답게살려 하더니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다시 식민이되고 싶어 안달하는 나라.  국어는 못해도 영어만잘하면 된다고 혀 짧은 어린이들에게 영어 단어를외우게 하는 나라... 왜 일본의 식민이 되면 안되고영어의 식민이 되는 건 괜찮은 걸까요? 며칠 전 우연히 전에 경향신문에 실렸던 영어유치원,아니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서 일했던 전직 영어 강사들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

동행 2024.08.15

노년일기 224: 내 인생은 초과 달성 (2024년 8월 12일)

제가 아버지와 같은 인생을 살 거라고는 감히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모든 면에서저의 스승이셨고 뛰어나신 분이었으니까요.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은 '초과 달성'의 인생이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와 끼니를걱정하며 살았기에 하루 세 끼만 거르지 않고살면 성공이라고 생각하셨는데, "세 끼는 물론 다섯 끼도 먹을 수 있으니 초과 달성이 아니냐?"며 웃으셨습니다. 그런데, 모든 면에서 아버지에 미치지 못하는저도 초과 달성의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겸연쩍지만 감사합니다.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 덕에 끼니를 걱정하지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고 두 분이 받고 싶어했으나받지 못한 교육도 받았습니다. 그러니 아버지가생각하신 '성공'과 제가 꿈꾼  성공 또한 매우달랐습니다.  저..

나의 이야기 2024.08.12

노년일기 223: 노인은 반성 중 (2024년 8월 9일)

십 대 때는 제가 70세가 될 때까지 살 거라고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미래 모습은 아예 그려지지않았고 억지로 그리면 마흔 언저리가 고작이었습니다. 마흔 넘어 쉰을 거치면서는 '나이 들수록 훌륭한 사람이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다릅니다.나이가 쌓이는 만큼 목표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제가 매일 반성(反省)하는 이유입니다. 반성은 '자신의 언행에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돌이켜 보는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거리가 있는 사람들에겐 그런대로 친절하게 말하고 행동했지만, 가족에겐 냉정하고 공감보다 비판을  앞세우기 일쑤였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그들과 저를 동일시하는 경향 때문이었습니다.  큰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 중엔 큰 자동차가 자신인 양'자아 확대' 오류를 범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저는..

나의 이야기 2024.08.09

중요한 것은 (2024년 8월 6일)

살아가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을 때 삶에서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사람은드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순간은 대개 삶이 자신을 시험할 때입니다. 일러스트 포잇 (illust-poet) 김수자 씨는 늘 무엇이 이득인가보다 무엇이 중요한가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인데, 유명한 병을 만나 생각이 더더욱 깊어진 것 같습니다. 혈액암으로 조혈모세포이식까지 받고 잠~시편히 살던 제 아우... 다시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육신이 힘들 때조차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언니 같은 동생의 건투를 응원하며, 그가 자신의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에 올린 그림과 글을옮겨둡니다. 인용된 시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그의 블로그로 연결됩니다.https://bl..

동행 2024.08.06

고추의 배신 (2024년 8월 4일)

물론 제 탓입니다. 이름을 믿은 저의 탓이지요.대통령을 믿었다가 속았다는 사람도 있고국회의원을 믿었다가 당했다는 사람도 있고친구를 믿었다가 발등을 찍혔다는 사람도 있지만,저는 아직 이름을 믿었는데, 그러다 아주 뜨거운맛을 보았습니다. 지금껏 먹어 본 '오이맛 고추'는 이름 대로오이맛이었기에 이번에도 의심 없이 사 들고  왔는데 고추가 담긴 봉지에서 매운 향기가 나니이상했습니다. 고개를 갸웃하며 몇 개 자르려니 기침이 나왔습니다.  더운 날 불을 쓰는 반찬은 만들기 힘드니찬물에 씻어 쌈장에 찍어 먹으려 했는데소박한 계획은 온데간데없어졌습니다. 잘게 잘라 냉동실에 넣었다가 된장찌개 끓일 때나써야겠구나 생각하고 고추를 자르는데 손끝이얼얼하고 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씻으며 고추를 자르..

동행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