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22: 닮은 사람 (2024년 7월 13일)

divicom 2024. 7. 13. 07:50

올 여름 매미는 지난 여름 매미보다 며칠 일찍

왔습니다. 5일 전쯤엔 참매미가 매앰, 맴 우는 소리가

선물처럼 반갑더니 그 다음 날엔 말매미가 스~~

미소를 자아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 모두를 매미라 하고 작년에 왔던 매미가

돌아왔다고 하지만, 겉모습이 닮았을 뿐 이 여름의

매미는 지난 여름의 매미가 아닙니다.

 

언젠가 이 세상엔 아주 닮은 사람들이 셋씩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즉 저와 닮은 사람 둘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지요. 대학 시절 음악대학에

저와 꼭 닮은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사람을 만나보진 못했습니다.

 

그후 20여 년 지난 후 오랜 친구가 저와 닮은

사람이 있다며 그이와 저를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그이와 제가 어느 부분 닮았는지 꼭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독립운동가 정정화 선생의 손녀이자

기품 있고 아름다운 사업가 김선현 씨였습니다.

저로선 그와 제가 닮아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그러다 엊그제 룸메이트로부터 저와 흡사한 사람이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 Martha Argerich:

1941~). 시대를 뛰어넘는 인류의 자랑, 그이와

닮았다면 참으로 크나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튜브에서 그가 연주하는 영상을 여럿 보았습니다.

'닮았다'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에겐 실례고

제겐 영광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와 제가 닮은 건 긴 흰머리뿐이었습니다.

룸메에게 그렇게 말하니 아르헤리치가 피아노 치는

모습과 제가 뭔가를 하고 있을 때 똑같은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 속에 있다 (Beauty is in

the eyes of the beholder)'더니, '닮음'을 보는 것도

보는 이의 눈이로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눈 덕에

차이코프스키와 베토벤의 선율로 귀를 씻으며

결심했습니다. 아르헤리치처럼 살자고. 그의 유명을

흉내 낼 수는 없어도 노화도 꺾지 못한 그의 성심은

본받자고. 그를 닮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https://www.youtube.com/watch?v=NzMg3wixJV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