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 13

노년일기 110: 딸기 별, 딸기 꽃 (2022년 3월 8일)

어린 시절 저희 집엔 꽃과 나무가 많았습니다. 장미나 활련화처럼 화려한 꽃이 있는가 하면 무화과처럼 조용한 나무도 있고 딸기 꽃처럼 음전하고 예쁜 꽃도 있었습니다. 딸기가 붉어지기를 기다리던 중 집에 놀러온 친구가 덜 익은 딸기를 따먹어 버려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겨울 과일이 된 딸기가 그땐 여름 초입에야 제 맛이 들었습니다. 올 초엔 딸기 한 상자가 2만 원 가까운 값에 팔렸습니다. 봄 과채인 딸기를 겨울에 먹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공적 노력을 기울였기에 저 값에 파는 걸까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면, 턱없이 비쌀 땐 사지 않는 게 제 원칙입니다. 대파를 좋아하지만 한 단에 8천 원, 만원씩 할 땐 사 먹지 않았습니다. 딸기 한 상자에 2만 원을 호가할 때도 ..

나의 이야기 2022.03.08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의 직무 유기 (2022년 3월 5일)

요즘 언론에 회자되는 용어들을 듣다 보면 한국어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어가 외래어로 자리잡는 과정도 없이 바로 쓰이니까요. '메타버스' '알이백' '이유택소노미'... 국어학자들은 뭘 하는 걸까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뭘 하고 있을까요? 시대의 변화로 인해 새롭게 사용되는 외국어를 대체할 한국어 표현을 왜 만들어 내지 않는 걸까요? 왜 텔레비전 화면의 자막과 대통령선거 선전물, 정부와 지자체 홍보물에 쓰이는 '티읏'은 'ㅌ' 이 아닌, 'ㄷ' 위에 'ㅡ'을 얹은 이상한 모양이 쓰이는 걸까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왜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아나운서는 드문 걸까요? '한류' 덕에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수는 급격히 늘고 있는데 한국어를 바르게 사용..

동행 2022.03.05

아흔셋의 유권자, 그리고 킹메이커 (2022년 3월 2일)

오랜만에 집 아닌 식당에서 어머니를 만납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어머니가 대통령선거 얘기를 꺼내십니다. "이렇게 시끄러운 선거는 평생 처음이야"라고 하십니다. 저는 '이렇게 천박한 후보들이 설치는 선거는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여론조사에서 1, 2 등을 하는 후보 중 한 사람은 너무 시끄러워서 찍지 않겠다고 하시며 몇 마디 더 보태십니다. 제가 보기엔 두 후보가 똑같이 시끄러운데... 아무래도 주변의 누군가가 어머니의 선택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아흔셋이 되시며 부쩍 힘들어 하시니 안쓰럽기도 하고 코로나 -오미크론도 걱정되어 투표장에 가지 않으시면 어떠냐고 하니 그게 무슨 소리냐며 꼭 투표하겠다고 하십니다. 아무리봐도 후보들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나이 고하를 막..

동행 2022.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