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10: 딸기 별, 딸기 꽃 (2022년 3월 8일)

divicom 2022. 3. 8. 17:20

어린 시절 저희 집엔 꽃과 나무가 많았습니다.

장미나 활련화처럼 화려한 꽃이 있는가 하면

무화과처럼 조용한 나무도 있고

딸기 꽃처럼 음전하고 예쁜 꽃도 있었습니다.

 

딸기가 붉어지기를 기다리던 중 집에 놀러온 친구가

덜 익은 딸기를 따먹어 버려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겨울 과일이 된 딸기가 그땐 여름 초입에야

제 맛이 들었습니다. 

 

올 초엔 딸기 한 상자가 2만 원 가까운 값에 팔렸습니다.

봄 과채인 딸기를 겨울에 먹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공적 노력을 기울였기에 저 값에 파는 걸까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면, 턱없이 비쌀 땐

사지 않는 게 제 원칙입니다. 대파를 좋아하지만 한 단에

8천 원, 만원씩 할 땐 사 먹지 않았습니다. 딸기 한 상자에

2만 원을 호가할 때도 꽃 같은 얼굴만 보았습니다.  

 

그러다 오늘 낮 산책길에 한 상자에 4천 원 하는 딸기를

만났습니다. 한 입에 한 알 넣으면 꼭 맞을 크기인데

꽃처럼 어여쁜 몸에 별 닮은 씨가 촘촘했습니다.

아담한 몸집에 총총한 별이 꼭 어릴 적 뒤뜰의

딸기 같았습니다.

 

하나... 둘... 딸기 별이 입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 딸기를 얼마 동안 먹을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며칠 동안엔 나쁜 말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동안 저는 딸기 별의 우주!

딸기처럼 부드럽고 고운 말만 내어놓고 싶습니다.